[수도이전 위헌]경제계 엇갈린 전망속 공식논평 꺼려

  • 입력 2004년 10월 21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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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헌법재판소의 수도 이전 위헌 결정으로 이른바 ‘수도 이전 수혜주’가 하락하면서 종합주가지수가 크게 떨어지자 증권거래소 관계자가 심각한 표정으로 주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제공 증권거래소
21일 헌법재판소의 수도 이전 위헌 결정으로 이른바 ‘수도 이전 수혜주’가 하락하면서 종합주가지수가 크게 떨어지자 증권거래소 관계자가 심각한 표정으로 주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제공 증권거래소
주요 대기업과 경제단체 등 경제계는 헌법재판소의 수도 이전 위헌결정이 민감한 정치사안이라는 점을 들어 공식적 입장 발표를 꺼려했다.

일부 기업인들은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뒤 계속됐던 사회적 불안 요인이 제거됐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헌재 결정 이후 여야의 갈등이 심화되고 지역에 따른 여론분열 등 정국 불안이 가중될 경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기업 활동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했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한 관계자는 “수도 이전이 현 정부의 계획대로 추진됐더라도 사회적인 혼란은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무리한 정부 정책에 제동이 걸린 것이 기업들로서는 오히려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어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기업이 정치적 사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헌재의 결정이 여론 분열과 소모적 논쟁을 확대하지 않아야 하며 국민적 힘을 합해 어려운 경제여건을 돌파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LG그룹 관계자는 “수도 이전과 관련해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으며 할 얘기도 없다”고 말했다. 또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들도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정치적으로 너무 민감한 사안이어서 일절 언급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면서 “기업들도 업종과 지역에 따라 입장이 갈릴 수 있으며 이번 결정으로 사회적 혼란이 야기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민간경제연구소들은 경제의 불확실성이 줄어든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정부 정책의 신뢰성이 떨어진 것과 건설경기 부양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은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수도 이전 논쟁이 종식돼 중장기적으로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주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충청권의 반발 등으로 여론이 분열돼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배상근(裵祥根) 연구위원은 “정부가 12월 발표할 예정인 건설경기 부양책의 내용을 채우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 같다”면서 “특히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져 불확실성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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