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校학력차 반영’ 파문]<5·끝>‘윈윈 해법’을 찾자

  • 입력 2004년 10월 14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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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치러진 초등 3학년 기초학력진단평가는 교원단체의 반대로 당초 취지가 얼마나 변질됐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002년 10월 전국 초등학생 70만명을 대상으로 읽기 쓰기 기초수학 분야에서 개별 학생이 국가수준 성취도에 도달했는지 여부를 판단해 학생을 지도하는 데 활용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교사별, 학교별, 시도교육청별 우열이 드러나 평가자료로 쓰일 것을 우려해 ‘연가투쟁 위협’으로 교육부를 압박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전체 학생이 시험은 보되 10%만 표집 분석하기로 했다. 지난해부터는 시험을 보는 학생도 전체의 3%로 제한해 버렸다.

최근 고교간 학력차 반영 논란과 관련한 교육계 갈등을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교육전문가들은 우선 이번 논란의 발단이 변별력 없는 전형자료에서 비롯된 만큼 고교 내신의 신뢰도를 높이는 장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2008학년도부터 학교생활기록부를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바꾸면 내신 부풀리기가 줄어들 전망이지만 현행 입시제도가 적용되는 2006, 2007학년도에는 묘수가 없는 실정이다.

그동안 은폐에 급급했던 학력 실태에 대한 정확한 자료를 공개한 뒤 학력이 낮은 지역의 학교에 대한 집중 투자로 교육여건을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현재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전국 초등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교 1학년생 중 18만명을 대상으로 교육성취도 평가를 실시한다. 고3과 재수생 등 수능 응시 희망자들은 6, 9월 두 차례 수능모의평가를 본다. 또 16개 시도교육청 주관으로 4, 5차례의 전국연합학력평가를 보고 있다. 정확한 학력을 평가할 수 있는 것으로 수능 자료도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이현청(李鉉淸) 사무총장은 “이런 자료를 활용하면 학력실태를 정확히 알 수 있다”며 “개인별 학력을 판단할 수 있어 학교 또는 지역차별 논란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고교평준화를 당장 깨기는 힘든 만큼 학부모의 수요가 큰 자립형 사립고와 특수목적고를 확대하자는 목소리도 높다. 여기에 고교 배정 때 ‘선지원 후추첨’을 현재 1단계에서 2, 3단계로 늘려 학교 선택권을 최대한 충족시킬 필요가 있다.

수시모집에 대한 재검토 요구도 많다. 대학들이 우수 학생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수시모집을 확대해 지금은 전체 정원의 절반 가까이 된다. 이에 따라 1학기 때부터 수업이 파행되고 공정성 시비가 많은 실정이다.

대학들도 성적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다양한 선발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예컨대 성적우수자 30%, 지역균형개발 30%, 특기특성우수자 20% 등으로 선발 방식을 다양화하면 ‘갈등 요소’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고려대 신현석(申鉉奭·교육학) 교수는 “학력차를 개인 또는 정부 차원에서 해결하기는 역부족”이라며 “대학이 인재발굴을 위해 전형을 다양화하면서 사회 통합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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