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의 서울]‘아라한 장풍대작전’과 서울도심

  • 입력 2004년 7월 16일 19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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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한 장풍대작전’은 도시무협 영화란 이름에 걸맞게 극중 장면의 98%가 서울에서 촬영됐다. 사진 위는 무운(윤주상 분)과 악역 흑운(정두홍 분)이 대결했던 잠실종합운동장의 분수대. 아래는 상환(류승환·왼쪽)과 흑운의 대결장면.-동아일보 자료사진
‘아라한 장풍대작전’은 도시무협 영화란 이름에 걸맞게 극중 장면의 98%가 서울에서 촬영됐다. 사진 위는 무운(윤주상 분)과 악역 흑운(정두홍 분)이 대결했던 잠실종합운동장의 분수대. 아래는 상환(류승환·왼쪽)과 흑운의 대결장면.-동아일보 자료사진
올해 4월 개봉된 류승완 류승범 형제의 ‘아라한 장풍대작전’(관객 205만명)을 보고 후유증에 시달린 사람이 상당히 많았다고 한다. 괜히 장풍 쏘는 자세를 흉내 내거나 빌딩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거나….

상환(류승범), 의진(윤소이), 자운(안성기) 등 영화 속 도인들은 대나무 숲이 아닌 빌딩 숲 사이를 날아다니고 초원이 아닌 아스팔트 위에서 힙합 리듬에 맞춰 무술을 연마했다. 도시는 무림이었다.

‘도시무협’을 표방한 이 영화의 ‘도시’는 다름 아닌 서울. 영화의 98%가 서울에서 촬영됐으며 테헤란로, 명동, 광화문, 잠실종합운동장 등 낯익은 장소가 자주 나온다.

서울의 야경을 배경으로 도인들이 기체조를 하고, 봉인에서 풀려난 악역 흑운(정두홍)이 거리를 내려다보며 폼을 잡는 장소는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옥상. 스태프들이 멋있는 야경을 찾아 명동을 헤매다 포기한 뒤 이곳에 올라가 보고 단 한번에 ‘OK’했다고 한다.

옥상을 개방하진 않지만 청사 출입은 자유롭고 복도 유리창이 크다. 13층에 올라가 덕수궁을 내려다보며 자판기 커피를 마신 뒤 바로 근처의 서울시립미술관을 둘러보는 것은 알뜰한 데이트코스.

흑운은 청계천 복원공사로 인해 봉인이 풀린다. 청계천 지하 장면은 청계고가도로 철거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던 지난해 6월 급하게 찍었다.

흑운이 무운(윤주상), 상환과 현란한 결투를 벌였던 분수대는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과 야구장 사이에 있다. 이 분수대에는 물고기들이 살고 있어 제작진은 촬영 전에 물고기를 잡아 수족관에 넣었다가 촬영이 끝난 다음 다시 분수대에 풀어놨다. 붕어들이 장풍을 피한 셈이다.

상환과 의진이 날아다니는 빌딩들은 강남 테헤란로 주변 건물과 중구 태평로 서울파이낸스센터빌딩 뒷골목.

빌딩 사이를 날아다니는 장면이 박진감 넘치는 것은 영화에서 많이 쓰이는 2.35 대 1의 화면을 쓰지 않고 1.85 대 1의 비율을 사용했기 때문. 류승완 감독은 “서울이라는 곳은 수평의 느낌보다는 수직의 느낌이 강하다”고 설명했다고.

미국 뉴욕의 마천루 사이를 주인공이 날아다니는 ‘스파이더맨’ 1편도 같은 화면 비율이다.

상환이 교통경찰로 일하는 장소는 여의도 증권거래소 앞 도로이며 불량배들과 격투를 벌이는 곳은 종로구 동숭동의 실제 한식당인 ‘소도둑’이다.

영화에서 최후의 대결이 펼쳐지는 용산 전쟁기념관은 이름과 달리 평온하고 아늑한 곳이다. 주변에 공원이 잘 가꿔져 있으며 관람객도 많지 않다. 지하철4, 6호선 삼각지역에서 내려 걸어서 5분 거리이며 입장료는 어른 3000원. 인터넷 홈페이지 www.warmemo.co.kr

(도움=서울영상위원회 www.seoulfc.or.kr)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영화 속의 서울’은 독자 여러분과 함께 만드는 코너입니다. 인상 깊었던 영화 속의 장소가 있다면 간단한 설명과 함께 e메일(tesomiom@donga.com)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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