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복을 빕니다]이두식 홍익대 회화과 교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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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칫날’ 연작 한국 추상미술의 큰별… 에너지 넘치는 작품 대중적 인기도

화가는 ‘고릴라’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커다란 몸집에 우직한 뚝심을 갖춘 그와 어울리는 별명이었다. 1984년부터 근무한 모교에서 정년퇴임식(28일)을 앞둔 그는 22일 후배들이 퇴임 기념으로 마련한 전시 개막식에 환한 얼굴로 참석했다. “이젠 자유롭게 됐으니 마음 놓고 작업에 매진하겠다”고 다짐한 그는 다음 날 아침 세상을 떠났다.

한국 추상회화의 큰 별 이두식 홍익대 회화과 교수(사진)가 23일 오전 경기 구리시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향년 66세. 과로로 인한 갑작스러운 부음에 미술계는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동료 교수였던 섬유예술가 정경연 씨는 “평소 친했던 가수 조용남 이장희 등 ‘세시봉’ 친구들과 21일 밤에 모였을 때도 활기가 넘쳤었는데… 믿기지 않는다. 그는 에너지가 넘치는 아티스트였고 사랑을 베풀 줄 아는 인간미 있는 사람이었다”고 추모했다.

경북 영주의 산골마을에서 사진관 집 막내아들로 태어난 고인은 어릴 때부터 화가의 꿈을 키웠다. 홍익대 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26세에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을 차지하는 등 두각을 나타냈으나 생계를 위해 ‘이발소 그림’을 그리던 혹독한 젊은 시절도 보냈다. 1960년대 말 기하학적 추상에 이어 적·청·황·백·흑의 화려한 오방색이 분수처럼 펼쳐지는 ‘잔칫날’ 연작에 20여 년을 바쳤다. 전통 관혼상제와 무속에서 사용하는 강렬한 색채에 즉흥적 붓질로 서구의 색채 추상 형식을 결합한 독특한 그림은 생명력과 활기가 넘치는 축제의 장이었다. 다작으로 이름난 고인은 이탈리아 로마의 전철역에 대형 벽화를 설치하고 국내외 70여 차례 개인전을 여는 등 한국 추상미술의 맥을 잇는 화가로 자리매김했다. 긍정적이고 낙천적 성품을 닮은 그의 회화는 대중적 인기도 누렸다.

1995∼1997년 최연소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을 맡아 ‘한 집 한 그림 걸기 운동’을 펼쳤고 2007년 이후 부산비엔날레 운영위원장을 세 차례 연임했다. 교육자 미술행정가뿐만 아니라 배구를 좋아해 대학배구연맹 회장을 지내는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면서도 “그림 그릴 때 가장 행복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한 화가는 4월에 대규모 회고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유족으로는 아들 하린(건국대 예술학부 교수), 하윤 씨(사업)가 있다. 장례는 한국미술협회장으로 치른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31호실. 발인은 26일 오전 7시. 오전 10시 반 서울 인사동에서 노제가 열린다. 장지는 경기 파주시 천주교 청파동성당 묘원. 02-2258-5940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이두식 홍익대 회화과 교수#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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