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마당]‘학교 종교교육’ 대법원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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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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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재단이 설립한 사립학교라도 학생의 종교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특정 종교의 교리를 전파하는 종교수업에 학생의 동의를 얻지 않고, 대체과목도 개설하지 않은 것은 우리 사회의 건전한 상식과 법 감정이 용인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났다는 판단입니다. 하지만 종교교육은 종파교육이 아닌 교양교육이며, 문제는 종교교육 자체가 아니라 본인 의사에 상관없이 학교를 배정하는 고교평준화 정책이라는 반박도 거셉니다. 종교적 가치와 교육이 화합할 수 있는 경계는 어디일까요.》
[찬]강제배정 감안, 조화점 찾아야

대체과목 등 상식적 수준의 선택권 배려를


“피고 대광학원이 시행한 종교교육은 우리 사회의 건전한 상식과 법감정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원고(강의석)의 종교에 관한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상식적 판결이 확정되기까지 법정에서만 꼬박 5년, 2004년 6월 당시 고교 3학년이던 강의석 군이 학교에서의 의무예배에 불참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때로부터는 6년의 세월이 걸렸다.

대법원은 판결에서 이 사건 판단의 배경 또는 전제가 되는 고등학교 평준화정책 및 학교 강제배정제도의 합헌성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리고 종립학교의 종교교육의 자유와 학생의 소극적 종교의 자유가 충돌하는 경우 해결방법으로서 ‘상호 최대한의 기능과 효력을 유지하는 조화점을 찾아야’ 하며 기본권 행사의 한계를 설정해야 할 경우 기본권 제약의 정도가 필요 최소한에 그치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어서 종립학교가 고등학교 평준화정책에 따라 학생 자신의 신앙과 무관하게 입학하게 된 학생을 상대로 ‘종교적 중립성이 유지된 보편적인 교양으로서의 종교교육’의 범위를 넘어서 특정 종교교리를 전파하는 종파교육 형태의 종교교육을 실시하는 경우 용인될 수 있는 한계를 초과하지 않는지 살펴야 한다고 했다. 종교교육의 구체적인 내용과 정도, 계속성 여부, 사전 설명과 동의 여부, 학생이 불이익을 염려하지 않고 자유롭게 대체과목을 선택하거나 종교교육 참여를 거부할 수 있었는지 등의 종합적 고려사항을 예시했다.

대법원이 판단의 중요한 기준으로 제시한 것은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법감정이었다. 따지고 보면 대광학원이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에 입각했다고 판단되는 교육과학기술부 지침을 성실히 이행했다면 불필요했을 뿐만 아니라 발생하지 않았을 사건이었다. 그러나 대광학원은 당시 학교 종교교육 담당자인 교목실장의 합리적 의견조차 무시했다.

걱정스러운 점은 혹여 이번 판결로 종교의 사회통합적 기능에 대한 회의가 확산되지나 않을까, 종교단체가 오히려 사회갈등을 유발하는 집단으로 낙인찍히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이런 염려를 씻어내기 위해서는 종교계가 손을 맞잡고 보편적 교양으로서의 종교교육에 의미를 부여하고 활력을 고취하는 데 우선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인류사에서 종교는 사회공동체 윤리의 바탕이자 인간 삶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가르침을 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해석자 역할을 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종교가 그 자리와 역할을 먼저 올바르고 튼튼하게 세워야 한다. 사랑 자비 친절 연민 관용과 같은 소중한 종교적 심성이 시민의 의식과 문화 속에 충만할 때에 비로소 내 종교는 이래서 좋다고 주장하는 특정 종파의 목소리까지 진지하게 경청할 만한 사회적 여유를 찾을 것이다.

윤남진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반]사립에 허용된 합법교육 막아

건학정신 무시하고 시행한 평준화가 문제


대법원 판결을 보고 당황스러움과 함께 유감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고등학교 평준화정책에 따른 학생 강제배정 제도가 합헌적이라는 전제하에 내린 판결이기 때문이다. 평준화제도는 헌법이 보장하는 ‘능력에 따라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하는데 이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 공사립학교가 획일적으로 규율되고 국가의 재정지원을 받을 뿐 아니라 사립학교의 비중이 커서 학교선택권과 학생선발권이 제한되는 불가피함으로 학생과 학교법인의 기본권이 제한되는 것은 위헌이 아니라는 판단에 동의하기 어렵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대광의 종교교육이 일반종교교육의 한계를 넘은 종파교육이었나 하는 점이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설립·운영하는 학교에서는 특정종교를 위한 종교교육을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교육기본법 제6조의 규정에 따르면 사립학교에서는 특정종교교육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대광의 종교교육은 위법행위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고교평준화를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보다 상위법인 교육기본법이 고려되지 않은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원인을 규명하고 원인제공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이치에 맞다. 대광고등학교는 강의석 군이 입학하기 전 55년 동안 기독교정신에 근거한 종교교육을 지속했다. 고등학교 평준화 이전에는 종교교육이 거부되거나 학교정체성을 훼손받은 일이 전혀 없었다. 본인 의사에 상관없이 배정된 학생, 학교가 선발하지 않은 학생에 의해 사건이 일어났다. 공사립 구분 없이 평준화를 시행한 정부가 가해자이다. 그러므로 강 군은 설립정신에 따라 종교교육을 한 대광학교가 아니라 정부에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했다.

교과부의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에는 ‘종교’ 과목이 교양 선택과목으로 설정되어 있다. 공사립을 막론하고 모든 학교에서 종교를 교양으로 가르칠 필요를 감안한 규정이다. 그러나 종교계 학교 이외에는 종교를 가르치는 학교가 전무하다. 종교가 종파교육으로 오인되기 때문이다. 여기엔 교육당국의 책임이 크다.

청소년의 도덕성 해이, 학교폭력, 자살률 급증 등 청소년 문제는 심각의 도를 더해 가고 있다. 사람이 왜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가르치는 종교교육 등 인생 공부가 절실히 요청되는 상황인데 결과적으로 종교교육을 제한하는 판결로 종교교육이 위축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교육당국은 신앙자유와 아울러 종교교육 자유를 보장하도록 학교선택권과 학생선발권을 회복시키는 등 관련 법령을 개정하여 종교교육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 학교는 학생이 거부감을 갖지 않고 긍정적인 자세로 참여할 수 있는 종교교육 방안을 개발해야 하고 교회는 기독교학교가 120년 동안 지켜온 기독교적 정체성을 확고하게 정립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김정섭 한국기독교학교연합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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