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포커스]亞지역 첫 중국문화원 10월 개원 주잉제 초대원장

  • 입력 2004년 5월 18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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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문을 여는 주한중국문화원의 주잉제 초대 원장은 “중국문화를 한국에 소개할 뿐 아니라 한국문화를 중국에 소개하는 가교 역할도 하겠다”고 의욕을 나타냈다.-이훈구기자
10월 문을 여는 주한중국문화원의 주잉제 초대 원장은 “중국문화를 한국에 소개할 뿐 아니라 한국문화를 중국에 소개하는 가교 역할도 하겠다”고 의욕을 나타냈다.-이훈구기자
“한반도는 제게는 제2의 고향입니다. 한국 친구들에게 고국의 문화를 소개하고 전파하는 일은 기쁨을 넘어 자랑입니다.”

10월 서울 종로구 내자동에 문을 여는 주한중국문화원 주잉제(朱英杰·48) 초대 원장. 유창한 우리말이 인상적인 그는 1992년부터 중국 외교부 아시아처에서 한중문화교류를 담당한 ‘한국통’이다. 그러나 그에게 한반도와 한민족이 갖는 의미는 훨씬 더 연원이 깊다.

“중국 동북지방의 헤이룽장(黑龍江)성이 고향입니다. 조선족이 많이 사는 곳이라 학창시절 내내 조선족 친구들이 있었죠. 어릴 때 종종 맛본 조선 음식의 맵싸한 맛도 생생합니다.”

음악에 소질이 있어 중국 전통 관악기를 잘 불던 그는 ‘문화혁명’ 열기가 한풀 수그러들던 1972년 ‘외국 악기를 배워 보고 싶은’ 마음에 호른 전문가를 찾아갔다. 헤이룽장성 교향악단 호른 주자인 조선족 김농배씨였다. 그에게서 호른의 기초를 배우고 1981년 선양(瀋陽)음대에 입학했으나 곧바로 북한으로 유학해 평양무용음악대학에서 호른을 전공했다. 그때만 해도 북한은 서양 음악 연주에서 중국보다 앞서 있었던 것.

“연애도, 결혼도 다 평양에서 했죠. 조선(한국)음악사를 배우기 위해 유학 왔던 아내를 그때 만났거든요. 연애요? 평양은 계획도시여서 널찍하고 연애할 곳도 제법 많습니다. 대동강에서 둘이 보트도 젓고 공원에서 얘기도 나누고….”

‘북한인들과는 어떤 추억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학교생활이 많이 긴장됐고, 사실상 북한 학생들과의 접촉은 아주 적었다’며 말을 아꼈다.

1986년 평양무용음악대학 졸업 후 중국으로 돌아가 문화부 대외연락국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1989년부터 3년간 주북한대사관에서 근무하는 등 북한통으로 자리 잡았으나, 1992년 한중수교 직전 귀국한 뒤부터는 남한 관련 업무를 전담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 17일, 그에게 새로운 전기가 찾아왔다. 중국이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서울에 중국문화원을 열기로 하고, 그를 초대 원장에 임명함에 따라 한국으로 건너오게 된 것. 그 뒤 한국에서의 생활은 강사진을 섭외하고, 개원 청사진을 점검하고 본국과 업무 협의도 해야 하는 바쁜 일상의 연속이었다.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 옆에 건축 중인 중국문화원은 지상 6층, 지하 1층에 연건평 530평 규모. 중국문화 전시관과 120석 규모의 공연장 및 영화 상영관, 1만5000권의 장서를 갖춘 도서관 등이 들어선다. 10월 완공되면 중국어 요리 무술 전통음악 서예 등의 무료 강좌도 열 예정.

2월에는 인터넷상의 사이버 중국문화원(www.cccseoul.org) 서비스를 이미 시작했다.

6월 5일에는 한중수교 12년과 한중 문화협정 체결 10주년을 기념해 중국의 국회의사당격인 1만석 규모의 ‘인민대회당’에서 한국오페라단과 합동으로 ‘한중 빅 콘서트’를 연다. 소프라노 신영옥, 바리톤 고성현, 첼리스트 정명화씨 등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가들과 중국 국립교향악단 합창단 등이 함께 출연하는 초대형 무대다.

“어릴 땐 조선족 친구들, 청년기에는 북한 사람, 지금은 한국 사람을 매일 대하며 살다 보니 그들의 공통점도, 차이점도 잘 알죠. 손님을 잘 대접하고 정이 깊은 점은 모두 똑같습니다. 거기에 비하면 차이점은 사소할 정도입니다.”

그는 최근 중국에 불고 있는 ‘한류’ 바람도 일찌감치 예상했다고 한다. 그의 고향에서 누구나 ‘조선족은 춤과 노래에 재능이 뛰어나다’고 말할 정도인 것을 보면 ‘넘치는 한국인의 끼’가 뒤늦게 알려진 데 불과하다는 것. “한국 드라마를 보면, 풍속과 감정 표현이 중국과 비슷한 데다 연기와 연출이 아주 훌륭합니다. 중국인들은 중국에 앞서 경제적 발전을 이뤄낸 한국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있고 이를 드라마를 통해 해소합니다. 인기가 없을 수 없죠.” 그는 “역사를 통해 중국과 한국은 항상 문화적으로 교류해 왔다. 그것이 근세에 인위적으로 끊어지기도 했지만, 한류에서 보듯 서로 곧바로 친해지지 않느냐. 양국간 문화교류에서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주잉제 초대원장은

△1956년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에서 출 생

△1981년 선양(瀋陽)음대 입학

△1986년 북한 평양무용음악대학 졸업

△1986∼89년 중국 문화부 대외연락국 아시아처 근무(북한담당 사무관)

△1989∼92년 평양주재 중국대사관 근무

△1992∼2004년 중국 문화부 대외연락국 아시아처 부처장, 처장 역임

△2003년 초대 주한 중국문화원장으로 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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