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포커스]이영모 前재판관 "소수의 목소리에도 귀기울여야"

  • 입력 2001년 7월 24일 18시 36분


“헌법은 국민의 가슴속에 살아 숨쉬는 생명입니다.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허공을 향한 외침일 뿐입니다.”

역대 헌법재판소 재판관 중 가장 많은 소수 의견을 내고 올 3월 정년퇴임한 이영모(李永模) 전 재판관의 의견집이 최근 발간됐다. 제목은 ‘소수와의 동행-그 소리에 귀를 열고’.

‘외로운 소수의 대변자’로 불리는 이 전재판관은 지난해 4월 헌재의 과외 금지규정 위헌 결정에 맞서 “사회 경제적 약자를 고려해야 한다”며 유일하게 합헌 의견을 냈다. 또 99년 헌재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지정제도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릴 당시 환경권 수호를 주장하며 합헌이라는 반대 의견을 개진하는 등 지금까지 그가 낸 소수 의견만 108건에 달한다.

평소 이 전재판관을 따르던 후배 법조인들은 500여쪽에 달하는 의견집에 이 같은 그의 소신과 헌법사상을 빼곡히 담아냈다.

“국민의 상식과 경험에 어긋나지 않는 시대의 헌법적 명령을 따르고자 항상 국민의 호소에 귀기울이신 분”이라는 이들의 평가는 책 제목에 그대로 담겨 있다.

의견집에는 주제별로 분류된 헌재 결정과 의견 외에 관계 문헌자료 등도 충실히 수록돼 있어 헌재의 이론과 실무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다.

‘소수와의 동행’에는 서울고법 원장과 헌재 사무처장 등을 거친 이 전재판관의 약력이 전혀 나와 있지 않다. “책을 통해 충실히 의견 전달만 하면 되지 자기소개까지 할 필요가 뭐 있습니까.” 소탈하기만 한 이 전재판관의 설명이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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