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쟁점토론]인간배아 복제 금지

  • 입력 2001년 6월 1일 18시 28분


《지난달 18일 과학기술부 생명윤리자문위원회가 발표한 인간배아(胚芽) 복제 금지를 골자로 한 생명윤리기본법 시안을 두고 찬반 양론이 거세다. 찬성측은 인간배아는 존중받아야 할 생명체이며 동물실험 단계에서 기형발생률과 유산율이 높은 데다 난자의 매매 등 윤리적 문제까지 있어 어른의 줄기세포 연구만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측은 인간배아 복제연구는 질병치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도 적은 만큼 선별적으로 허용해야 하며 인간복제 금지는 자궁 내 착상금지만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찬성/실용성 낮고 윤리적 타락 우려▼

간세포를 활용한 의료기술은 앞으로 광범위하게 활용될 것이 분명하다. 또한 이 분야는 많은 예산과 전문가의 상호협조가 필요하므로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임상치료술로 확립되는 과정에서 보편성을 상실하거나 예측이 잘못되면 환자치료에 차질을 줄뿐만 아니라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유발할 수 있다. 아직 사회적으로 이견이 많고 동물실험 단계에서 안전성과 효율성이 의심받고 있는 상태에서 인간 생식세포에 성급하게 적용할 경우 필연적으로 윤리적 논란을 유발하여 오히려 향후 발전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상식적이고 현실적이며 윤리적인 측면에서 간세포의 연구방향을 설정하고 타당성을 검증한 후 임상적용 가능성을 확인해 연구방향을 유도해야 한다.

환자를 치료할 때는 안전성, 반복성, 편의성, 효율성, 윤리성 등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체세포 핵이식에 의한 복제배아간세포는 임상 적용성이 매우 뛰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동물실험에서조차 착상 후 기형발생률과 유산율이 높아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다. 또 원하는 방향으로의 분화조절에 대한 단서조차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효율성의 측면에서도 간세포 형성을 위해 필수적인 내세포괴를 갖고 있는 포배형성률이 20∼30% 정도에 지나지 않으며 그나마 상당수는 비정상이어서 간세포로 활용할 수 있는 배아도 매우 제한적이다.

분화가 성공적으로 되어도 역분화로 인해 기형화, 종양화할 가능성이 남는다. 더구나 인간 치료에 적용할 경우 치료할 때마다 타인의 난자세포를 사용해야 하고 복잡하고 값비싼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편의성, 반복성, 경제성 측면에서 장점이 없다. 난자세포를 확보되기 쉬운 체외수정센터를 중심으로 치료가 독점되거나 비합법적인 방법으로 난자세포를 확보해 사회적, 윤리적으로 문제를 유발할 수도 있다.

반면 성체간세포는 증식과 분화능력 및 활용에 있어서 제한적이지만 이미 의료현장에서 초기 임상적용이 되고 있다. 분화능력과 활용범위에서도 긍정적인 연구결과가 꾸준히 나오고 있어 복제 배아간세포에 비해 발전 가능성도 떨어지지 않는다. 또 유전체가 안정되어 있고 기형화와 종양화의 가능성이 거의 없다. 자기세포를 사용하고 복제과정을 생략하므로 편의성, 반복성, 윤리성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 다만 성체간세포가 배아간세포를 대체해 활용될 때까지는 배아간세포의 활용이 필연적이다. 이때 배아의 남용과 오용, 독점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난자 및 배아의 투명한 관리체제가 확립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체세포 핵이식을 이용한 복제배아간세포는 안전성, 반복성, 편의성, 효율성, 윤리성 등의 원칙이 지켜지기 어렵고 성체간세포나 배아간세포주를 활용하는 것보다 실용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동물실험을 통해 효율과 안전성을 더욱 높이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한 뒤에 인간 생식세포를 연구하는 것이 옳다.

권혁찬(을지의대 교수)

▼반대/난치병 치료 외국에 맡길건가▼

과학기술부 산하 생명윤리자문위원회가 발표한 생명윤리기본법(가칭)의 골격은 생명공학 분야의 선진국들보다 훨씬 강경한 내용을 담고 있다. 생명공학 연구 종사자들이 연구의 자율성 및 국제 경쟁력의 확보 측면에서 우려를 나타내는 것은 당연하다.

법안은 생명복제, 배아간세포, 형질전환동물의 연구를 포괄적으로 금지 또는 규제하면서 이를 위반하는 연구자를 형사·민사·행정적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인간의 체세포핵이식을 통한 치료목적 배아복제의 금지, 인간배아 연구의 국가관리 및 한시적 허용, 동물의 유전자변형 연구의 허가제 등이다.

법안은 인간의 개체복제뿐만 아니라 치료목적의 배아복제까지 금지하고 있다. 이는 배아복제를 허용하면 궁극적으로 인간복제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복제를 규제하기 위해서라면 자궁 내 이식을 규제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아닌 사안에 대하여 추상적 가정만으로 규제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불임치료 과정에서 얻은 배아를 이용한 연구를 한시적으로 허용한 것과는 달리 배아복제의 연구를 전면 금지한 것은 복제배아에만 특별한 지위를 부여한 것으로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21세기 의학으로 불리는 세포치료시 거부반응을 방지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인 배아복제 연구를 원천봉쇄하면 국민건강의 미래를 외국에 종속시킬 우려가 있다.

법안은 또 불임치료 과정에서 얻은 배아를 이용한 연구를 한시적으로 허용했으나 궁극적으로는 성체간세포쪽으로 연구방향을 유도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배아간세포와 성체간세포의 연구는 그 유용성의 우열이 입증되지 않았으며, 성체간세포가 배아간세포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현재 외국에서도 연구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며 장차 과학발전에 따라 효용성이 판가름날 일이지 법안에서 한쪽 방향으로 연구를 명시할 성격은 아니다. 또한 성체간세포의 분화 및 역분화 연구에는 체세포핵이식이 중요한 수단이 되는데도 배아복제 연구를 금지함으로써 성체간세포의 연구도 크게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유전자 변형동물 분야는 인간유전체 연구에 뒤이어 각종 유전자의 기능을 밝히는 기초연구는 물론 질병모델 및 의약품생산 등에 매우 중요하다. 이를 허가제로 할 경우 각종 규제에 의해 연구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법안은 유전자 치료, 유전체 정보 연구와 활용, 생명특허 등에 있어서 각종 위원회가 규제하도록 해 창의성과 자율성을 근간으로 하는 연구자체를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

생명공학 선진국들은 쟁점 분야의 발전추이를 보아가며 법안제정에 신중을 기하고 있으며 이미 법안을 만든 국가들도 국익차원에서 규제를 완화하는 추세이다. 선진국보다 더욱 강경한 규제 일변도의 법안제정은 신중히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이경광(한국가축번식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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