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쟁점토론]휴대전화 단말기 보조금 부활

  • 입력 2001년 5월 19일 18시 25분


《휴대전화 단말기 보조금을 부활해야 한다는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단말기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한 찬성측은 이동전화 서비스 기술이 급격히 변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단말기 및 관련 장비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보조금을 부활해 국내 서비스시장의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반면 이동전화서비스업체를 중심으로 한 반대측은 보조금 지급이 시장 확충에 실효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관련부품의 수입 급증과 과소비만 부추길 것이라고 주장한다.》

▼찬성/내수확대로 국제경쟁력 강화▼

이동전화 보조금은 이동전화에 가입할 때 사업자가 통화요금 수입을 미리 예상해 이를 가입자에게 지원함으로써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에서 생긴 일종의 마케팅 수단이다. 작년 6월 1일 이 보조금이 충분한 예고기간 없이 폐지된 뒤 내수시장은 과거의 40% 수준으로 위축됐고 휴대전화 및 관련 부품산업까지 침체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당시 보조금을 폐지해야 한다는 논리는 휴대전화 부품 수입 급증과 과소비를 부추긴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휴대전화 산업은 내수시장이 뒷받침되어야 수출경쟁력이 강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조금의 폐지는 재고되어야 한다. 과소비는 별도 대책을 세우면 된다.

첫째, 이동통신 기술은 현재 2.5세대로 넘어가고 있으며 3세대로 넘어가기 직전의 중요한 시기이다. 지금까지는 음성통화 위주였지만 앞으로는 무선인터넷 중심으로 바뀔 것이다. 세계적 서비스사업자, 장비업체, 단말기 업체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무선인터넷의 활성화가 향후 이동통신산업, 나아가 국가경쟁력의 관건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정부의 육성의지와 서비스 사업자들의 적극적인 투자, 제조업체들의 단말기 개발에 힘입어 발전여건은 조성했다. 그러나 무선인터넷은 높은 단말기 가격이 보급확대의 걸림돌이다. 따라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보조금 지급이 불가피하다.

둘째, 휴대전화산업의 내수 침체는 수출경쟁력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품구입 단가가 비싸지고 공장가동률이 저하되는 등 원가상승 요인이 증가하는 반면 국내외 업체와의 경쟁은 치열해져 수출가는 하락하고 이로 인해 채산성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휴대전화 산업은 단말기 제조업체 10여개사의 문제가 아니라 부품 납품업체 800여개사와 이를 지탱하는 2만여개의 부품임가공 및 관련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쳐 총 생산액이 연간 20조원에 이르는 국가경제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셋째, 우리와 경쟁하고 있는 미국, 일본, 유럽의 국가들은 모두 서비스사업자가 보조금을 자율적으로 지급함으로써 단말기 내수시장이 안정적으로 뒷받침되고 상대적으로 높은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보조금 지급으로 인한 과소비에 대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단말기의 잦은 교체는 의무사용 기간을 없애면서 나타난 것이므로 이를 다시 보완해 도입하면 될 것이다. 또 휴대전화 부품의 수입문제 역시 관련업체들의 국산화가 상당 부분 결실을 보아 평균 국산화율이 60∼70%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휴대전화는 무역수지 흑자가 2000년에만 54억달러 이상이나 되는 효자상품이다. 이는 내수시장의 뒷받침이 매우 큰 요인이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서비스사업자 측면에서 보더라도 보조금의 지급 여부는 자신들의 마케팅 전략에 따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완전 자율화시켜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희준(한국전자산업 진흥회 이사)

▼반대/과소비-외화유출 부작용 더 커▼

이동통신 단말기 보조금을 부활하자는 주장을 일부에서 다시 제기하고 있다. 단말기 시장을 활성화해 서비스 보급률을 확대하려면 단말기 보조금 부활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주장의 주요 논거다.

실제 보조금은 이동통신 보급률이 낮았던 시기에는 사용자 기반 확대라는 순기능적 역할을 했다. 1997년 PCS 서비스가 시작될 당시 500만명에 불과하던 이동통신 가입자가 불과 4년 만에 약 2770만명으로 확대되는데는 보조금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보급률이 60%를 넘어선 현재의 시점에서는 보조금이 보급률 확대보다는 오히려 불필요한 단말기 교체를 유발하는 효과가 더 클 것이다. 보조금 경쟁이 격심했던 작년의 경우, 전체 사용된 보조금 중 실제 가입자 증대 효과를 가져온 부분은 매우 미미해 보조금의 한계 효율이 매우 저하되어 있는 상황이다. 작년 한 해 총 단말기 판매량은 1600여만 대에 달했으나 업계 전체의 순 가입자 증가는 337만명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과거 30개월 정도의 단말기 사용기간이 평균 18개월로 줄었으며 일부 청소년 계층에서는 6개월마다 휴대전화를 교체하는등 자원 낭비가 심해지고 있다. 또한 연간 약 500만대 정도의 중고 단말기가 폐기되고, 로열티 및 부품수입으로 인해 막대한 국부유출 결과를 초래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현 상태에서의 보조금 부활은 가입자 기반 확대보다는 보조금 폐지 당시 문제가 되었던 불필요한 단말기 교체로 인한 자원낭비, 단말기 부품수입 등으로 인한 외화유출, 그리고 기술 및 서비스 개발을 위한 투자여력 감소의 문제를 재현시킬 것이다.

또 보조금 지급을 통한 시장경쟁은 막대한 자금력을 보유한 지배적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시켜 이동통신 시장의 유효경쟁을 저해하고 겨우 흑자구조로 전환된 PCS사업자의 재무구조를 다시 악화시킬 것이다.

통신시장의 균형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뜻이다. 특히 정부가 천명한 3강 구도 실현을 위한 비대칭적 규제 등의 정책수단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보조금 부활은 바람직한 경쟁구도 확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통신서비스 산업의 바람직한 경쟁은 불필요한 단말기 교체에서 이루어지기보다는 서비스 품질 및 고객 서비스 그리고 무선인터넷 등 신규 서비스 등에서 치열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래야 소비자도 진정한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건전한 토양 하에서 진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때 경쟁력 있는 서비스 사업체가 육성될 것이며 단말기, IT, 콘텐츠 산업이 균형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다시 말해 현재 상황에서 단말기 제조업의 경쟁력 제고는 해당 산업의 부단한 기술혁신 및 원가절감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지 서비스 산업의 보조금 부활로 성취될 수 는 없다고 생각된다.

이상민(LG텔레콤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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