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쟁점토론]금융감독-정책기능 금감위이관

  • 입력 2001년 4월 13일 18시 29분


《재정경제부가 6일 발표한 '금융감독체제 효율화 방안'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재경부 안의 주요 내용은 민간기관인 금융감독원이 수행해온 금융감독 및 검사 업무중 검사 업무만 금감원에 남기고 감독 및 정책 업무는 정부기관인 금융감독위원회로 넘긴다는 것이다. 이 방안에 찬성하는 측은 조직 및 업무 효율을 내세우는 반면 반대하는 측은 관치금융으로 돌아가려는 발상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찬성/조직-업무 효율성 높아져▼

금융감독시스템을 미래지향적으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전제 아래 연구진이 시안을 마련했고, 이후 많은 논란을 거듭한 끝에 '금융감독체제 효율화 방안'이 마련됐다. 이번 안은 금융감독체제를 대대적으로 개편하자는 것이 아니고 부분적으로 효율화하자는 것이지만 그 의의는 매우 크다.

그것은 과거의 잘못된 역사적 사건을 되짚어 보는 과정을 밟았다는 점과 또 잘못을 인정하고 일부지만 수정하였다는 점이다. 즉, 금융감독 기능이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로 나뉘고 금융감독원이 통합되는 과정에서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했던 역할과 책임을 되짚어 보면서 그 잘못을 시정하기 위한 시도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다.

연구결과나 공청회에서 논의된 것처럼 금감위와 금감원으로 분할된 금융감독기능은 통합돼야 하고, 가능하면 민간기구로 해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은 것은 매우 큰 수확이다. 금융유관기관협의회를 통한 관련 기관간의 합리적인 기능 조정도 과거의 잘못을 수정하는 조치라고 생각된다. 재경부가 유사시 구조조정 기능을 담당하기로 한 것과 한국은행의 공동검사를 활성화하는 조치 등도 매우 의미가 있는 조치이다.

그러나 금감위나 금감원의 개편은 포괄적 금융감독체제로 전환한 지 3년밖에 안돼 현행체제를 유지하기로 하고, 일부 기능만 공급자 위주로 재편한 것을 보면 아직 바람직한 금융감독체계를 갖추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다음과 같은 사항에 대한 청사진을 추가로 제시한다면 금융감독의 효율화 증진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첫째, 연구팀이 제시하고 많은 전문가들이 동조한 통합 금융감독기관의 민간기구로의 전환에 대한 구체적 일정을 마련하는 것이다. 당장에 그런 조직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이 아니다. 합리적인 과정을 거쳐 궁극적으로 언젠가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독립적인 감독기구를 구상하고, 이를 현실에 맞춰 추진할 수 있는 구체적 일정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감독기구의 효율화나 개편을 이용자의 편에서 고려하는 것이다. 현재의 효율화 방안은 거의 공급자 편에서만 논의된 것이다.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금감위가 권한을 행사하든 금감원이 권한을 행사하든 달라질 것이 없다. 아무리 같은 건물에 있고 위임관계로 업무를 정리한다고 해도 이용자가 양 기관을 중복적으로 상대해야 한다면 바람직하지 않다.

금융산업과 시장의 발전을 위해 금융감독체계의 개편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따라서 그 개편안은 단기적이고 단편적이어서는 안된다. 바람직한 개편안을 만들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우리 모두 온 힘을 합해 노력하더라도 이루기 어려운 일인데 힘을 분산하면 더 어려울 것이다. 공급자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이용자의 입장에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업무를 할 수 있는 금융감독체계 효율화 방안을 마련해 앞으로도 불합리한 부분을 계속 수정해야 할 것이다.

우영호(한국증권연구원 부원장)

▼반대/관치금융 악몽 재현 불보듯▼

설마하며 반신반의하던 우려가 마침내 현실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이른 바 금융감독체제 효율화 방안 은 관치금융의 부활을 예고하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당초의 금융감독법은 금융감독위원회의 예산·회계·의사 관리를 위해 최소한의 공무원을 둘 수 있다고 규정했다. 따라서 금감위에 딸린 문제의 관료부서는 감독업무와는 애초부터 무관한 조직이었다. 그런데, 이 관료부서가 감독집행기구인 민간 금감원을 제치고 금융감독 전반을 관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려고 지난 몇 년 동안 부서의 몸집도 3배 이상으로 불리고 두 달 전에는 직제 개편까지 했나 보다. 개편의 핵심사안이 이렇듯 거꾸로 가고 있으니, '방안'에 포함된 감독 관련 기관간 공동검사 및 정보 공유 등 바람직한 일부 내용도 공염불로 끝날 공산이 크다.

금감위와 금융감독원이 단일 민간조직 으로 통합되지 않는 한, 금융감독체제는 결코 개선되기 어렵다. 왜 '단일조직'이어야 하는가. 우리 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기관끼리 이해의 상충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고, 일단 문제가 생기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금감위(상부 행정기구)와 금감원(하부 민간기구) 사이의 이질성 때문에 감독 당국 내부에서 갈등과 이해상충이 누적된다면 어떻게 감독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왜 민간조직 이어야 하는가. 감독기구는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금융감독 각 분야의 대표적인 국제기구인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 국제증권위원회기구(IOSCO), 국제보험감독자회의(IAIS)가 한결같이 강조하는 바다. 그런데, 우리 나라에서는 오랫 동안 정부가 금융에 깊숙이 개입해 왔고, 요즘에도 경제가 정치논리에 좌우되는 일이 자주 있다. 한국 관료조직의 정책결정 과정은 여전히 경직적이고 폐쇄적이며 불투명하다. 이런 한국적 상황에서는 정치권으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감독당국의 민간기구화가 절실히 요구된다. 관치금융의 폐해를 선명히 기억하고 있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도 독립적인 민간 감독기관이 필요하다. 금융 관련 리스크의 이해 및 관리에 있어서도 관료보다는 민간전문가가 비교 우위를 갖는다. 우수한 전문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적절한 보상체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도 민간기구다.

'늙은 바보처럼 어리석은 바보는 없다'는 경구(警句)가 있다. 과거 경험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사람이 최고 바보라는 뜻이다. 수십년 동안 지속된 관치금융으로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할 재경부가 바로 얼마 전의 교훈을 잊은 채 '늙은 바보'가 되려 하는가. 금융감독체제의 근본 개혁은, 금감위와 금감원을 통합해 독립성과 책임성이 부여된 하나의 민간기구를 만드는 데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김홍범(경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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