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사고율 감소〓1984년 6월27일에 준공된 광주∼대구간 88고속도로는 전국 최고의 교통사고 치사율을 기록해 왔다. 2000년의 경우 88고속도로의 사고발생 건수당 사망자 비율은 42.86%. 사고 2건에 1명꼴로 숨진다는 말이다. 다른 고속도로의 사망자 비율(10% 안팎)과 비교하면 88고속도로가 얼마나 ‘살벌한 길’인지 잘 알 수 있다.
이는 편도 1차로에 중앙분리대가 없어 중앙선을 침범하며 추월하는 운전자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지리산 가야산 등 험준한 산악지형을 통과할 때 급경사 급커브의 오르막 내리막길을 굽이굽이 돌아가기 때문에 정면충돌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도로안전시설 개선이 시작된 지난해 5월을 기준으로 2001년 상반기와 하반기를 비교해보면 시설개선 효과를 극명하게 볼 수 있다. 개선 전인 1월∼5월12일까지 전년도 동기대비 교통사고 건수는 7% 증가, 사망자 수는 107%가 증가했다. 그러나 시설개선 후 하반기에는 전년동기 대비 사고건수는 30%, 사망자 수는 57% 감소했다.
한국도로공사 교통안전부 윤영식 과장은 “과속방지를 위한 무인단속 카메라의 설치와 중앙선 침범을 막는 차선 규제봉 등이 가장 큰 효과를 낳은 것 같다”고 소개했다.
88고속도로 도로환경 개선사업의 사고감소 효과 사고 건수 사망자 수 중상자 수 개선 전 2000년1월∼5월12일 43 13 82 2001년1월∼5월12일 46 27 73 증가율(%) +7.0 +107.7 -11.0 개선 후 2000년5월13∼10월28일 66 42 118 2001년5월13∼10월28일 46 18 75 증가율(%) -30.3 -57.1 -36.4
▽사고 개선사례〓2000년 10월27일 가을 단풍관광객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교통사고가 일어났던 88고속도로 전북 남장수IC 부근. 당시 사고는 철제빔을 실은 18t 트레일러가 내리막 급커브 길에서 앞차를 추월하다가 맞은편에서 오던 관광버스와 정면충돌해 일어났다.
현재 이 도로 중앙선엔 차선 규제봉과 돌출차선이 설치돼 추월을 제한하고 있고 차로 가장자리에는 차량이 튀어나가지 못하도록 2단 가드레일이 설치됐다. 야간 사고가 많은 점을고려해 도심처럼 밝게 비춰주는 가로등이 설치됐다. 2000년 당시 사고 7건, 사망자 22명으로 ‘사고 잦은 곳’이었던 이곳이 지난해에는 사고가 단 2건(사망자 1명)으로 줄어들었다. 이처럼 88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를 원인별로 분석해보면 △중앙선 침범 26% △졸음 20% △전방주시 태만 13% △과속 11% 등이다.
2000년 고속도로 노선별 치사율 노선 발생건수 사망자수 부상자수 치사율 경인 250 4 554 1.60 경부 2,644 227 6,371 8.59 호남 599 85 1,368 14.19 영동 820 68 2,079 8.29 남해 581 53 1,222 9.12 동해 116 13 275 11.21 구마 152 14 277 9.21 88 161 69 428 42.86 중부 605 45 1,433 7.44 서해 315 22 723 6.98 중앙 180 31 458 17.22 기타 917 70 1,981 7.63 계/평균 7,340 701 17,169 9.55
이에 따라 도로공사는 중앙선 침범사고가 잦은 대구 논공휴게소와 전북 남원시 산동면 주변 등 11곳 6.6㎞ 구간에 중앙분리대 방호벽과 차선 규제봉 등을 설치했다. 또한 과속방지를 위해서 전구간 곳곳에 무인단속 카메라 20대를 추가 설치했다. 졸음운전을 막기 위해서는 휴게소가 없는 8곳의 갓길에 비상주차대도 만들었다. 지리산 가야산 등 경사가 심한 산악지역 5곳에는 가로등 353개를 설치하고 시속 60㎞로 제한속도를 낮추기도 했다. 급커브 구간에서 맞은편 도로의 시야를 가리는 울창한 수목을 제거하기 위해 도로공사 직원들이 전기톱을 들고 나서기도 했다.
▽사고 예방의 중요성〓이러한 단기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88고속도로는 여전히 사고위험 지역이다. 특히 지난해 말 개통된 대전∼진주간 고속도로와 함양IC에서 연결되기 때문에 88고속도로의 교통량도 연평균 9.7%씩 증가해 사고의 위험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고속도로순찰대 김기홍 경사는 “대전∼진주간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 이상의 속도로 달리던 차량들이 88고속도로(제한속도 80㎞)로 진입한 이후로도 고속으로 달리려는 관성이 있다”며 “과속사고를 예방하려면 무인단속 카메라 및 저속유도 표지판 증설, 노면 요철화 등에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교통과학연구원 황상호 수석연구원은 “가장 중요한 것은 도로안전진단을 통한 사전예방”이라며 “모든 고속도로에 대해 매년 정기 안전진단을 실시해 시설개선 작업을 해나간다면 교통사고율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승훈기자 aphy@donga.com
▽취재팀 자문위원단〓내남정(손해보험협회 상무) 설재훈(교통개발연구원 연구위원·국무총리실 안전관리개선기획단 전문위원) 신부용(교통환경연구원장) 이순철(충북대 교수) 임평남(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 소장) 김태환(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장)
▽협찬〓손해보험협회 회원사(자동차보험 취급 보험사)〓동양화재 신동아화재 대한화재 국제화재 쌍용화재 제일화재 리젠트화재 삼성화재 현대해상 LG화재 동부화재
허승호기자
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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