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문화도 월드컵시대]브라질 쿠리티바市 '버스의 천국'

  • 입력 2001년 7월 2일 19시 16분


‘쿠리티바를 배우자!’ 지난달 대전시와 경기 안양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 정책연수단이 잇따라 브라질 남부의 도시 쿠리티바를 방문, 환경 및 교통 분야의 노하우를 배우는 등 최근 이 도시가 국내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세계적인 ‘환경도시’로 손꼽히는 쿠리티바는 면적 432㎢, 인구 160만명 규모. 본보 기자는 교통 전문가와 함께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되는 이 도시의 시내버스 시스템을 취재했다. 지하철 없이 대중교통 문제를 거의 완벽하게 해결한 이 곳의 시내버스 실태와 우리가 배울 점 등을 두차례에 나눠 싣는다. <편집자>

쿠리티바의 시내버스는 ‘땅 위로 달리는 지하철’로 불린다. 신속함과 연계성 등 지하철의 장점을 시내버스 시스템에 창조적으로 적용해 발전시켰기 때문. 특히 승객들이 편하고 빠르게 버스를 탈 수 있는 원통 모양의 ‘튜브 정류장’과 최고 270명이 탈 수 있는 ‘굴절버스’는 이 도시의 명물.

이 도시의 버스는 업체별로 노선이 제각각인 우리나라와는 달리 기능과 노선이 버스 색깔별로 정해져 있다. 즉 △도시를 남북 또는 동서로 잇는 5개의 주요 간선도로만 운행하는 급행버스(빨간색) △도심과 주요지점 등만 다니는 직행버스(회색) △부도심의 일정 지역만 운행하는 지역버스(녹색) 등으로 다양하게 나눠져 있는 것이다.

승객이 1인당 1.1헤알(약 620원)을 내면 각종 색깔의 버스를 마음대로 갈아탄 뒤 목적지까지 갈 수 있도록 버스 노선과 도로망이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다. 현재 하루 평균 100만명이 이용하고 있으며 버스의 수송분담률은 75%에 이른다.

버스 시스템을 관리 감독하는 대중교통운영공사(URBS) 기술책임자인 이사벨 몰테니(46·여)는 “단일 요금체계이기 때문에 짧은 거리를 가는 승객에겐 다소 불합리한 측면도 있다”며 “그러나 변두리에 사는 서민들이 요금을 한번만 내고 버스를 마음껏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튜브 정류장과 굴절버스〓특수 투명 플라스틱으로 된 튜브 정류장은 지하철의 환승역 역할을 한다. 승객들은 이 곳에서 편안하게 기다리면서 원하는 노선버스를 마음대로 갈아 탈 수 있다. 길이 10m, 높이 3m 정도인 이 정류장에서 승객들은 그대로 선 채 승차대를 통해 버스에 탄다.

또 승객은 정류장에 들어서기 전에 요금을 미리 내기 때문에 승차시간이 감축되고 정류장에서의 버스 공회전도 줄어 대기오염 감소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

승객들이 많은 장소에는 2, 3개의 원통 모양이 연결된 튜브 정류장도 있다. 시내 240여개소에 설치돼 있다. 건설비는 한 곳당 미화 3만5000달러(약 4500여만원) 수준.

굴절버스는 버스의 운송능력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일반 버스 2대가 연결된 굴절버스와 3대가 연결된 이중 굴절버스가 있다. 수용 승객은 110명부터 최대 270명까지. 커브를 돌 때 연결된 차체가 굽는다고 해서 굴절버스로 불린다. 스웨덴의 볼보사에서 주문 제작하는데 이중 굴절버스의 대당 가격은 미화 45만달러(5억8000여만원).

▽버스 운영체계〓버스 노선은 지역별 거주인구에 비례해 결정되며 노선 조정은 연간 2회 정도 실시된다. 버스의 운행 속도는 도로 기능에 따라 시속 30, 40, 60㎞ 등으로 나눠진다. 주요 간선도로의 경우 일반 승용차의 통행이 금지돼 있기 때문에 급행버스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시속 60㎞를 유지할 수 있다. 버스는 약 2700여대로 비슷한 규모의 다른 시에 비해 2, 3배 정도 많은 편.

이들 버스는 12개 인근 소도시까지 다니고 있다. 인근 소도시에서 하루 평균 10만여명이 이 버스 시스템을 이용한다. 이를 위해 쿠리티바 시내로 들어오는 길목에 환승 터미널과 통합터미널 등이 설치돼 있다. 인근 도시에서 100㎞ 떨어진 다른 도시로 가기 위해 차표 한 장만 끊고 쿠리티바 시내에서 2회 정도 버스를 갈아 타면 된다.

현재 모두 10개의 버스업체가 주로 지역별로 나눠 노선을 맡고 있다. 그러나 승객이 많은 급행버스 노선의 경우 이들 업체가 모두 참여한다. 버스 구입과 운전사 급여 지급 등은 각 업체의 몫.

URBS는 버스업체들에게서 요금 중 4%를 관리비 명목으로 받고 버스업체가 적자가 나지 않도록 탄력적으로 노선 조정 등을 한다. 승객이 많기 때문에 대부분의 버스업체가 흑자다. URBS 관계자는 “일부 승객들로부터 서비스 불만에 대한 신고가 접수되긴 하지만 난폭 운전이나 배차시간을 지키지 않는 등의 문제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시스템 도입 계기 및 전망〓버스 시스템은 1971년 부임한 건축가 출신인 자이메 레르네르 시장에 의해 본격 도입됐다. 당시 시장과 전문가들은 빈약한 재정 형편을 감안해 지하철 건설비의 80분의 1에 불과한 이 시스템을 도입하되 ‘승용차보다 뛰어난 편리함과 쾌적성’을 부여하기 위해 노력했다. 레르네르 시장이 3선까지 하면서 이 시스템은 뿌리를 내렸고 이후 다른 시장들도 이를 계승 발전시켜왔다.

현재 쿠리티바시는 ‘새로운 실험’을 계획 중이다. 버스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미흡한 남부지역 주민들을 위해 내년에 기존 도로 구간을 활용하는 지상 전철 건설공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물론 지상 전철 건설 계획은 지하철에 비해 비용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비롯됐다.

베토 히샤 부시장은 “전철이 완공되면 버스 노선과 연계해 운영할 것”이라며 “전철은 버스의 경쟁자가 아닌 보완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상 전철의 경우 극심한 소음 등의 문제를 안고 있어 ‘환경도시’가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 주목된다.

<쿠리티바(브라질)〓최성진기자>choi@donga.com

▽자문위원단〓내남정(대한손해보험협회 상무) 설재훈(교통개발연구원 연구위원·국무총리실 안전관리개선기획단 전문위원) 이순철(충북대 교수) 임평남(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 소장)

▽특별취재팀〓최성진차장(이슈부 환경복지팀장) 송상근(〃·환경복지팀) 구자룡(경제부) 서정보(문화부) 이종훈(국제부) 송진흡 남경현(이슈부 메트로팀) 신석호 최호원기자 (사회부)

▽손해보험협회 회원사(자동차보험 취급 보험사)〓동양화재 신동아화재 대한화재 국제화재 쌍용화재 제일화재 리젠트화재 삼성화재 현대해상 LG화재 동부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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