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교통선진국/운전예절]보도위 주차 외국인이 손가락질

  • 입력 2000년 5월 8일 19시 47분


잔치는 기회다. 버리지 못했던 잡동사니도 내다버리고 귀찮아 못하던 청소도 하게 된다. 잔치는 위기이기도 한다.

구석의 먼지가 손님 앞에 드러나고 집안의 추문이 울타리 너머로 알려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88서울올림픽은 그런 잔치였다. 월드컵도 그런 잔치가 될 것이다. 이 기회에 우리도 축구 전용구장을 마련하자고 해 공사가 한창이다. 화장실 앞에서,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질서를 지키자는 구호소리도 드높다.

그러나 정말 고쳐야 할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 보도 위에 올라서 있는 자동차들이다.

다른 세상에서 잔치구경을 하러 올 손님들이 입을 딱 벌릴 광경이다. 이들은 잔치가 끝나면 돌아가서 본 걸 그대로 얘기할 것이다. 세상에는 자동차가 보도 위에 올라가 있는 나라도 있더라고.

차도는 자동차가 다니는 곳이다. 사람이 무단횡단을 하면 여지 없이 단속된다. 반면 보도는 사람이 걸어다니는 곳이다. 그러나 이 나라에서는 보도 위에 자동차가 올라가 있어도 단속되지 않는다.

이런 괴상한 나라에서 잔치를 하겠다고 손님을 부르고 있다.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

그러나 그 자동차를 보도 위에 올려놓는 것은 범죄다. 주차장이 없어 보도로 올라섰다는 뻔뻔함이 가득한 도시가 손님을 공손히 맞을 수 없다.

자동차는 차도로 내려놓아야 한다. 방법은 쉽고 하나 밖에 없다. 벌금을 물려야 한다.

그래서 천문학적이라는 예산 적자도 줄이자. 불우 이웃도 돕고 지하철도 놓자. 떠나는 손님들로부터 ‘이상한 나라’라는 소리만은 듣질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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