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실전강좌]개요부터 작성해야 시간에 안쫓긴다

  • 입력 1999년 12월 23일 18시 52분


출제 의도를 제대로 파악해야 논술 점수가 상위 50%에 들 수 있다는 것은 이미 밝혔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논술개요’를 잘 작성하면 점수가 상위 25%에 들게 된다.

수험생이 작성한 개요는 대부분 용두사미(龍頭蛇尾)형이다. 서론은 명료하지만 본론은 반쯤만 쓰고 결론은 아예 쓰지 않기 일쑤다. 생각을 머리에만 담아 두고 글을 쓰면 △시험 시간을 지키기 어렵고 △논지에서 벗어나기 쉽고 △답안 분량을 조절하기 힘들다.

논술고사 시간은 보통 2시간∼2시간반. 평소 연습 때 이 시간을 넘기는 수험생은 드물다. 하지만 실제 시험에서 수험생 대부분이 시간이 부족하다고 호소한다. 글을 쓰면서 생각하는 잘못된 논술 작성 습관을 지닌 수험생이 많다. 개요를 작성한 뒤 글을 쓰면 답안 작성 시간이 단축된다. 개요를 상세하게 작성하고 개요의 순서에 따라 물 흐르듯 곧바로 답안을 쓰는 훈련이 필요하다.

개요가 확정되지 않으면 글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기 쉽다는 것은 이미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는 수험생이 많아 자세히 설명하지 않겠다.

이와 관련해 수험생이 주의할 것은 글을 쓰다 갑자기 기발한 생각이나 멋진 문장이 떠올랐을 때의 대처 요령이다. 대다수 수험생에게 이 때가 가장 위험한 고비다. 멋진 문장 하나 때문에 글 전체의 통일성이 깨지는 답안이 비일비재하다. 갑자기 떠오른 생각은 아무리 좋아보여도 100% 옳다는 확신이 없으면 아깝지만 버리는 것이 안전하다.

▼글 전체 통일성 유지▼

“집을 지을 때 집의 용도나 구조 등을 생각하지 않고 모양이나 장식을 걱정하는 것과 같다.”(98학년도 한양대 출제방침)

개요 작성이 꼭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답안 분량’ 때문이다. 97학년도 서울대 논술고사에서 수험생의 10%가 답안 분량을 지키지 못해 감점당했다. 개요에 따라 답안 분량을 미리 정하지 않으면 쓰는 도중 분량을 조절하기가 매우 힘들다. 개요를 작성할 때 단락별 분량까지 미리 정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전체 분량뿐만 아니라 서론 본론 결론별로 분량 배분과 조절이 용이하다.

바람직한 개요의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주제문:교복 착용은 학생들의 개성신장을 저해하므로 바람직하지 않다.(1600자)

서론―교복착용은 바람직한가?(250자)

본론1―교복 착용의 장점(350자)

본론2―교복 착용의 단점(350자)

본론3―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은 교복 착용(400자)

결론―교복 착용은 바람직하지 않다.(250자)

‘서론+결론’의 분량이 전체의 30∼40%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서론+결론’을 500자 정도로 잡아 각각 250자씩 배분했다. 본론1과 본론2는 내용상 비중이 비슷하므로 같은 분량으로 하고 본론3은 중요하므로 분량을 더 많이 잡았다.

수험생은 이 개요에 따라 답안을 작성하며 한 단락이 끝날 때마다 글자수를 확인하고 정해야 한다. 서론을 쓰고 보니 예상치보다 50자를 초과했을 경우 본론1,2에서 각각 25자를 줄이면 된다. 이어서 본론1을 쓰고 보니 370자였을 경우 예상치보다 45자가 많아졌으므로 본론2에서 15자를, 본론3에서 30자를 줄이면 된다.

▼단락별분량 미리 배분▼

많은 수험생이 개요 작성이 너무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고 말한다. 위에서 제시한 개요 작성법이 몸에 밴 기존의 답안 작성 방식에 일시적인 혼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개요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아 낭패를 보는 수험생을 너무 많이 봤기 때문에 이를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세번만 연습해 보면 누구나 개요작성에 익숙해질 것이다.

정선학(중앙교육진흥연구소 평가연구실 논술팀장)

ibe2000@edutopia.com

▼논술서 5점정도 점수차 극복 가능▼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쉽게 출제되면서 “논술이 당락을 결정짓는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실제 논술에서 얼마나 점수 차가 날까? 지금까지 어느 대학도 여기에 대해 밝힌 적이 없어 궁금해하는 수험생이 많다.

서울대 논술고사는 인문계는 32점, 자연계는 16점이 만점이다. 서울대는 기본 점수가 없어 0점부터 만점까지 나올 수 있다. 서울대는 99학년도 논술고사 채점 결과를 발표하면서 형식의 잘못에 대해 1∼3점 감점했다고 밝혔다. 대부분 내용과 형식의 점수 비중이 6대4이므로 전체적으로 6∼7점까지 차가 날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논술 점수가 100점인 고려대는 98학년도 실험평가 채점결과에서 기본 점수가 40점, 평균 점수가 68점이었다고 밝혔다. 기본 점수의 요건은 △제시문의 문장을 그대로 옮겨 쓰지 않은 것 △분량이 지나치게 부족하지 않은 것 △논제와 전혀 무관한 내용을 쓰지 않은 것이었다. 이 때도 실제 최대 점수 차는 10점 정도로 알려져 있다.

논술에서 15점 이상의 점수 차를 극복할 수 있다는 그럴듯한 통계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극단적인 수치를 믿고 상향지원하는 것은 위험하며 논술고사의 특성상 5점 정도의 점수 차는 있을 수밖에 없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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