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제주 골프관광지 육성 논란

  • 입력 2001년 11월 14일 18시 20분


정부가 최근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안을 마련하면서 제주지역을 골프전문 관광지로 육성하겠다며 각종 ‘특혜성’ 방안을 제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방안에는 제주지역 골프장에 대해 특별소비세를 폐지하고 취득세 및 등록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하겠다는 것 등이 포함돼 있다. 정부는 또 제주지역의 골프장 수를 30∼40개로 늘린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 골프장업계는 당연히 정부의 이런 구상을 크게 반기고 있다. 제주 관광업계도 골프관광객이 늘어나면 관광 경기에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에 반기는 눈치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제주 지역에 골프장이 늘어나면 해발 200∼600m 중산간지대의 자연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는 게 중요한 이유다. 특혜성 방안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골프장 개발 실태〓현재 제주 지역에서 운영중인 골프장은 7월 등록을 마친 나인브릿지 골프장을 포함해 모두 8개. 현재 골프장 조성 공사를 하고 있는 곳이 6개이고 4개는 사업승인을 받아 착공을 준비하고 있다. 9개는 환경영향평가 등 개발에 필요한 절차를 밟고 있다. 개발 절차를 이행 중인 곳까지 포함하면 제주지역에는 27개의 골프장이 들어서게 된다.

제주지역 골프장 현황
골프장 소재지
(1)오라CC 제주시 오라동
(2) 제주CC 제주시 영평동
(3)중문GC 서귀포시 색달동
(4)파라다이스GC 남제주군 안덕면
(5)핀크스GC 남제주군 안덕면
(6)크라운CC 북제주군 조천읍
(7)다이너스티CC 남제주군 남원읍
(8)나인브릿지CC 남제주군 안덕면
(9)탐라CC 북제주군 애월읍
(10)서귀포CC 서귀포시 색달동
(11)봉개휴양림 제주시 봉개동
(12)제주CC 제주시 용강동
(13)신안CC 북제주군 애월읍
(14)레이크힐스CC 서귀포시 중문동
(15)오라관광지구 제주시 오라동
(16)수망관광지구 남제주군 남원읍
(17)대상CC 북제주군 애월읍
(18)포렉스CC 북제주군 한경면
※동서CC 제주시 봉개동
※뉴제주CC 북제주군 조천읍
※제주칼CC 북제주군 조천읍
※프라자CC 북제주군 애월읍
※이어도CC 북제주군 구좌읍
※태양CC 서귀포시 서홍동
※동광CC 남제주군 안덕면
※챔피온CC 북제주군 구좌읍
※묘산봉관광지 북제주군 구좌읍

문화관광부의 ‘골프장의 입지 기준 및 환경보전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골프장은 지방자치단체의 총 임야 면적의 5% 범위 내에서 조성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이 규정에 의하면 925.59㎢의 제주도 임야 가운데 46.28㎢가 골프장으로 개발이 가능하다. 현재 조성됐거나 조성 중인 골프장 면적 32.96㎢를 제외하면 18홀 기준으로 12개의 골프장을 새로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제주도 관계자는 “규정상으로는 12개의 골프장을 새로 조성할 수 있지만 입지조건이나 토지상황 등을 고려하면 실제로 더 만들 수 있는 골프장은 7, 8개 정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 파괴 및 특혜 논란〓정부 방안대로 취득세와 등록세가 한시적으로 면제되면 현재 조성 중인 골프장마다 50억원 이상의 투자비용이 줄어들게 된다.

또 중과세되는 종합토지세가 일반과세로 전환되면 골프장마다 연간 2억∼8억원의 세금이 줄어든다. 특별소비세가 폐지되면 내장객은 1인당 최소 2만여원의 골프 비용을 덜 내게 된다.

제주지역 골프장 관계자는 “제주도에 골프장이 많이 조성되고 골프 비용이 줄어들면 외국 골퍼의 유치는 물론 해외로 빠져나가던 국내 골퍼들도 끌어들일 수 있어 외화 유출 방지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환경단체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골프장의 증설과 세금혜택은 환경파괴와 지역공동체의 분열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

제주 지역 환경단체들은 산간지대에 골프장이 들어서면 제주도민의 식수원인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보전가치가 있는 자연동굴이나 유적 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측은 “정부의 세금감면 방침은 현재 건설 중이거나 행정절차를 밟고 있는 골프장들에 대해 사실상 상당한 금전적 특혜를 주겠다는 발상과 마찬가지다”며 “골프장 증설이나 세금 감면 구상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망〓제주지역을 골프 전문관광지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환경문제뿐만 아니라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많다.

세금 감면이나 특별소비세 폐지에 대해서는 다른 지역에서 형평성을 내세워 문제삼을 것이 분명하다. 아직까지 골프를 사치성 고급 스포츠로 여기는 일반 국민의 정서도 정부가 고려해야 할 사항.

또 골프장 조성지나 주변에 삶의 터전을 갖고 있는 지역 주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과 반발도 무시하지 못할 부분이다.

제주대 송재호(宋在祜·관광개발) 교수는 “제주도가 레저형 전문휴양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골프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방안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면서도 “그러나 생태문화관광 등 다른 관광 분야와의 균형을 고려하지 않는 무분별한 골프장 개발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제주〓임재영기자>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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