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서산 천수만 '철새낙원' 사라질 판

  • 입력 2001년 10월 15일 18시 40분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인 충남 서산의 천수만에 사철(砂鐵) 채취를 위한 광업권 설정허가가 난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 등은 철새들의 보금자리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15일 충남 서산시와 홍성군 등에 따르면 서산의 이모씨(49)는 산업자원부 산하 광업등록사무소에서 천수만 A지구 간월호 내인 서산시 부석면과 홍성군 갈산면 520여㏊에 대해 올해 2월 사철 채취를 위한 광업권 설정 허가를 받았다.

이씨는 이어 지난달 인근 지역인 홍성군 갈산면 와룡천 일대와 서부면 일대 250㏊에 대해서도 광업권 설정허가를 신청했다. 광업권 설정허가를 받은 뒤 7년 안에 해당 광역자치단체의 채광인가를 받아내면 채굴을 할 수 있다. 이씨는 충남도에 채광인가 신청은 아직 내지 않은 상태다.

이씨가 광업권 설정을 허가받았거나 허가 신청을 낸 지역은 철새 도래지와 상당 부분이 겹친다는 것이 조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들 지역은 러시아 시베리아 평원에서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로 날아가는 수백만 마리의 철새 휴식처이자 번식처. 종류도 가창오리 등 희귀 천연기념물 19종을 포함해 240여종이나 돼 세계적으로도 자랑거리다.

특히 와룡천 하구의 모래섬은 철새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으로, 철새들이 군집을 이뤄 날아오르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조류 전문가인 김현태(金賢泰·35·서산 부석고 교사)씨는 “사철 채취가 이뤄질 경우 생태계가 망가져 철새 도래지의 명성은 되찾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 같은 우려 때문에 서산시와 홍성군은 광업등록사무소측이 허가에 앞서 ‘공익 협의’를 해오자 자연환경보전지구 등의 이유를 내세워 반대했지만 결국 허가가 나버렸다.

광업등록사무소 관계자는 “국가사업 지역이 아니고 환경문제가 크지 않으며 광업법에 저촉이 되지 않을 경우 광업권 설정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이평주(李平周) 사무국장은 “천수만 철새 도래지 파괴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세계야생동물보호협회 등과 연대해 채광허가나 광업권 설정허가가나지 않도록 싸우겠다”고 말했다.

<서산〓지명훈기자>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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