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감전死' 책임공방 법정 비화 조짐

  • 입력 2001년 8월 1일 18시 47분


지난달 14, 15일 수도권을 강타한 집중호우로 19명이 감전사(感電死)했다는 경찰의 중간 수사결과가 나오면서 감전사를 둘러싼 책임 공방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감전사한 사람의 유가족들은 변호사를 선임하고 자체적으로 현장 조사를 벌이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경찰의 최종 수사결과와 유가족들의 대응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법정 공방에 대비하고 있다.

▽당혹스러워하는 지자체〓전문가들로 이뤄진 전기안전특별점검반을 구성, 현장조사를 벌인 서울시는 지난달 22일 감전사로 추정됐던 12명 가운데 가로등 누전으로 숨진 사람은 4명뿐이라고 밝혔었다.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하기로 했으나 경찰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 직후 최종 발표를 미뤘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유가족들이 민형사 소송을 내겠다는 마당에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사결과를 공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털어놨다.

▽경찰 수사〓경찰청은 현장을 정밀 감식하고 관련 공무원들을 소환하는 등 마무리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감전사를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와 진술을 확보하기 위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면서 “지역별로 사안이 다를 수 있어 최종 결과가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관련 공무원의 직무 유기 여부 △행정기관의 책임소재 등을 집중적으로 따질 방침이다. 일부 사고현장에서는 검사가 수사를 직접 지휘하고 있다.

▽유가족 소송 전망〓지난달 1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진흥아파트 앞길에서 숨진 홍순후군(18) 등 3명의 유가족은 1일 “이미 법률자문을 마쳤으며 경찰 수사가 끝나는 대로 곧바로 소송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일부 유가족들과 공동 소송을 준비중이다.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정재희 사무총장(서울산업대 교수·전기안전공학)은 “최근 서울 서초동과 노량진의 사고 현장을 조사한 결과 가로등 감전사라는 확신이 든다”며 “유가족들이 원할 경우 관련 증거와 조사 결과를 제공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소송 예상 쟁점〓소송과정에서 제기될 중요한 쟁점은 ‘누전(漏電) 지점’이다. 누전 지점에 따라 시설물의 관리 책임 소재가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이외에 가로등 운영을 맡은 일부 공무원의 직무 유기 여부도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가로등 등 ‘공작물’의 설치 관리 책임자의 고의 과실이 없더라도 관리 소홀로 피해를 본 사람들이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지자체 등의 대비책〓인천시는 ‘가로등 관리소홀’이란 결론이 나올 것에 대비해 한국지방재정공제회에 보험금 지급을 신청했다. 시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가 도로 부속물에 대한 설치나 관리를 소홀히 해 인명피해가 생기면 사고당 최고 1억원을 받을 수 있는 보험에 들어놓았다”며 “인천지역 사망자 4명에게 2500만원씩 보상금이 나눠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모씨(28) 유가족은 “보상금 액수가 지나치게 적고 시나 구청에서 응분의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전력측은 “일선 지자체가 가로등의 설치 운영 관리를 맡고 있어 한전은 소송 대상이 될 수 없다”면서 유가족들이 소송을 낼 것을 경계하고 있다.

<정연욱·차지완기자·인천〓박희제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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