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IT인력 양성 '알맹이'가 없다

  • 입력 2001년 6월 20일 18시 38분


“소프트웨어 개발에 도움이 되는 인력을 구하려면 서너달은 걸립니다. 또 공식 교육과정은 전혀 실무에 도움이 안돼 아는 사람을 통해 소개받습니다.”

나모인터랙티브 강은수 팀장은 정부의 IT인력 양성 계획이 업계의 수요와는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자바(JAVA) 프로그래머 등 한참 뜨는 모바일(Mobile) 기술에 필요한 인력은 없고 정보검색사나 웹마스터 같이 ‘보조’ 기능을 하는 인력만 양산한다는 것이다.

▽고급인력이 없다〓최근 취업정보회사인 잡코리아(www.jobkorea.co.kr)의 분석에 따르면 IT관련 8개 직종 가운데 일자리가 가장 많은 직종은 프로그래머였으나 구직자는 웹디자인과 웹마스터가 가장 많았다. 취업 경쟁률도 프로그래머는 1.57 대 1에 불과한 반면 웹마스터는 2.71 대 1, 캐릭터디자인은 3.25 대 1이었다.

김화수 잡코리아 대표는 “특히 신기술을 구사할 수 있는 인력이 절대 부족하고 웹 관련 인력은 남아돈다”고 말했다. 이는 물량 위주 정책의 결과다. 광운대 장덕철 교수(컴퓨터공학부)는 “정부가 웹이나 전자상거래 등 손쉬운 분야에 지원을 집중해 실제 IT산업 경쟁력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졸 미취업자들도 고급 IT기술에 대한 욕구가 높다. 인문계열 출신이라도 실력만 갖추면 취업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2월 ‘소수 정예’를 내걸고 60명을 모집한 자바프로그래머 6개월 과정에는 서울대 대학원 출신, 토익 930점 기록자 등 고학력자 360여명이 몰렸다.

인력공단 고제용 능력개발국장은 “국내 유수의 정보통신업체들이 벌써 이들 인력을 ‘입도선매’하려 든다”며 “하반기에는 인원을 90명으로 늘리고 어떤 교육이 절실한지도 다시 평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실한 교육환경〓정보통신부 관계자는 “IT고급인력은 대학에서 배출하도록 지원한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는 IT산업의 특성을 무시한 발상이라고 지적한다.

한국썬마이크로교육센터 김태호 대리는 “한창 수요가 많은 자바는 불과 3년 전 나온 프로그램이라 교수가 실무까지 습득할 수가 없다”며 “대학이 1년 단위로 급변하는 신기술을 충분히 교육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사설 학원은 고급과정의 커리큘럼이 ‘잡탕식’이어서 실제로는 아무 것도 익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노동부 지정 직업훈련기관인 서울 H학원의 ‘웹 컨설턴트’ 6개월 과정에는 자바, 리눅스, 네트워크 등의 거창한 주제별로 불과 5∼10일씩 할당돼 있다. 결국 수박 겉핥기식으로 가르친다는 의미다. 프로그램 개발업체가 직접 교육하는 고급 강좌가 낫지만 한달 수강료가 200만∼400만원이다.

㈜비트컴퓨터 전인옥 연구소장은 “대부분 교육기관이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수익사업에 매달리고 있다”며 “벤처 등에 수요가 많아 전문 강사를 구하기 힘든 것도 큰 이유”라고 말했다.

▽‘양보다 질’로 가자〓지난해 실업자 직업훈련을 통해 배출된 인원은 21만여명이었으나 취업자는 5만3000여명으로 취업률이 37%에 그쳤다.

노동부 관계자는 “IT인력 양성이 실업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돼 중장년층까지 지원하는 등 질보다 양에 치우친 것이 사실”이라며 “올해는 목표 6만명 중 절반을 프로그래머 중심의 핵심인력으로 채우고 점차 소수 정예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동부는 내년 전체 지원 대상은 줄이되 고급 핵심기술 인력 지원규모는 늘리기로 했다.

장교수는 “IT분야에서는 강사를 하느라 현업에서 일정기간 멀어지면 신분이 위태롭다”며 “정부가 전문강사 풀(pool)을 주도해 신분을 보장하고 현업과 교육을 오가며 신기술을 전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석·문권모기자>kjs35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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