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부산亞경기 '조직위 내분' 갈등

  • 입력 2001년 5월 22일 18시 42분


2002년 부산아시아경기대회조직위 한기복(韓基復)사무총장의 사표 제출로 불거지기 시작한 조직위의 내분이 사태발생 50여일 만에 일단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그동안 공석중인 사무총장의 인선을 둘러싸고 갈등을 보여온 문화관광부와 조직위, 부산시 등 관련 기관은 21일 모처럼 한목소리로 대전시 국제자문대사인 백기문(白基文·57)씨를 사무총장에 내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산시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조직위가 발족된 95년 이후 사무총장이 4번이나 바뀐 데다 정치권의 끊임없는 간섭 및 조직위와 부산시의 기(氣)싸움 등으로 한시도 잡음이 수그러들고 있지 않기 때문. 여기에 여야가 역전된 듯한 부산지역의 정치풍향도 역시 사태를 꼬이게 하는 요인이다.

부산지역 학계인사와 체육인 기업인 시민들로 구성된 부산아시아드지원협의회가 사무총장의 내정에도 불구하고 22일 근본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조직위 내분〓그동안 잠복돼온 조직위의 내분이 표면화한 것은 3월말 한 총장이 사표를 제출하면서부터.

민주당 전국구 의원인 김운용(金雲龍)위원장의 총애를 받던 한 총장은 부산시와 부산의 여당격인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사사건건 간섭을 하고 나서자 참다못해 사표를 냈다.

김위원장도 7일 호텔롯데부산에서 조직위 수석부위원장인 안상영(安相英)부산시장과 박종웅(朴鍾雄·한나라당)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조직위 제22차 위원총회에서 사퇴의사를 표명했다. 그는 총회 도중 의사봉을 집어 던지고 “못해 먹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날 총회에 앞서 김위원장과 안시장은 사무총장 및 경기담당 사무차장 인선문제를 거론하면서 우병택(禹炳澤)조직위 집행위원장을 배제해 우위원장이 총회에 불참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부산출신 한나라당 의원과 부산시 일각에서는 ‘안시장이 조직위원장을 겸해야한다’ ‘옥상옥(屋上屋)인 집행위원장 자리를 재고해 봐야 되지 않느냐’는 등 조직위 재편에 관한 의견이 흘러나왔다.

이에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의 알사바 회장은 최근 조직위의 분란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조직위 운영에 정치성을 배제하라고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사태 수습〓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 및 운영을 위해서는 “그래도 김위원장 만한 인물은 없다”는 현지 여론이 안시장을 움직였다.

그는 20일 일본 오사카(大阪)를 전격 방문, 제3회 동아시아경기대회의 개막식에 참석한 김위원장과 우집행위원장을 만나 조직위 조기정상화에 일단 합의했다. 이들은 25일 집행위원회와 조직위 총회를 다시 열어 사무총장 및 경기담당 사무차장 선임과 예산문제 등 현안들을 처리하자는데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김위원장은 부산시민에게 염려를 끼친 점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고 “최선을 다해 대회를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여당 소속에다 국제 체육계의 ‘거물’인 김조직위원장. 재선에 뜻을 둔 개최도시의 ‘수장’인 안시장. 유치당시의 공을 내세워 ‘대접’받기를 원하는 우집행위원장. 이들은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기원하는 사람들의 여론에 밀려 사태를 봉합하고 일단 손을 잡기로 한 것이다.

▽향후 과제〓 조직위원장과 수석부위원장인 시장, 집행위원장이 명확한 역할 분담과 단합된 모습을 통해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주무부서인 문화관광부를 포함한 범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요구된다.

부산지역 100여개의 직능단체와 경제인과 학계 의회 체육계 인사 등으로 구성된 아시아드지원협의회는 이를 위해 몇가지 선결조건을 꼽는다.

우선 경기담당 사무차장 인선과 추가로 선출될 7명의 조직위원들은 추천권자의 친소관계가 아닌 능력과 경험에 바탕을 둬야한다고 주장한다. 이와함께 전문가로 구성된 정책팀과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자문위원회를 구성해야한다고 조언한다.

<부산〓조용휘기자>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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