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상문고 사태…학생-재단 모두 피해

  • 입력 2001년 3월 9일 19시 22분


학교 공금 황령 등 비리를 저지른 재단 이사진의 복귀를 둘러싸고 지루한 학내 분규를 벌여온 상문고가 특수지고교로 전락하고 학생들이 이탈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사학재단 비리의 전형으로 여겨졌던 상문고가 학생들이 이탈하고 특수지고교로 전락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됐다.

하지만 입학식과 개학식도 치르지 못하고 다른 학교로 전학 가는 학생들, 졸지에 특수지 고교 출신이 된 재학생과 졸업생들, 특수지고교 지정이라는 철퇴를 맞게 된 재단측의 반발 등 상문고 사태의 불씨는 남아 있다.

▼대규모 전학사태 불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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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어떻게 되나〓신입생 583명 중 희망하는 학생은 강남학교군인 강남구와 서초구에 있는 학교로 재배정받게 된다. 여학교를 제외한 18개 학교별로 재배정 가능한 인원만큼 교통편의를 고려해 전산추첨할 예정. 12일 오후 2시 서울고 강당에서 배정 통지서를 나눠주며 이날부터 15일까지 입학신고를 한다.

올해 강남학교군에 배정된 남학생수는 7312명, 학급당 평균 학생수는 39명. 이 지역 고교 1년생의 학급당 학생수는 크게 늘어나 교육환경이 악화되게 됐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급당 평균 학생수가 45명이 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학생들도 희망할 경우 다른 학교로 전학이 가능하다. 상문고 재학생은 2학년 688명, 3학년 726명 등 모두 1414명. 같은 학군 내 학교로 전학하려면 자퇴라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동일 학군 내 학교로 전학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자퇴하지 않을 경우 다른 학군으로 전학해야 하기 때문에 집에서 멀리 떨어진 학교로 등교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시교육청은 1414명 전원이 자퇴하고 동일 학군 학교로 편입학하더라도 수용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수지고교 지정 분발촉구▼

▽상문고는 어떻게 바뀌나〓내년부터 특수지고교로 전환돼 추첨이 아닌 지원을 통해 학생을 뽑게 된다. 특수지고교란 74년 서울 고교에 평준화가 시행되면서 생겨난 제도. △교통이 불편한 지역에 있거나 △교육 여건이 열악하고 △종교 등 특수한 이유로 학생들을 무작위로 추첨 배정할 경우 반발이 예상되는 학교를 특수지고교로 지정한다. 정식 명칭은 전기 일반계고. 학생 선발방식만 다를뿐 교육 내용과 방법, 시교육청의 지원 등은 일반고교와 같다.

서울에서 특수지고교로 지정된 학교는 15개교이며 이 중 14개교는 모두 일반고교로 전환하고 현재 한광고만이 남아 있다. 상문고의 경우 72년 개교 당시 특수지고교로 출발했으며 78년 일반계고로 전환됐다. 일반계고에서 특수지고교로 ‘퇴보’한 경우는 상문고가 처음이며 강남에 특수지고교가 생기는 것도 처음.

지금처럼 학내분규가 끊이지 않으면 상문고는 일반고에 진학할 실력이 못되는 학생들만 몰려올 수밖에 없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특수지고교 지정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한 배경에는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할 수 있도록 재단측이 분발할 것을 촉구하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관선이사 파견 수습할듯▼

▽전망〓94년 3월 당시 교장이던 상춘식(尙椿植)씨가 학부모들이 낸 찬조금과 보충수업비를 횡령한 혐의로 구속기소되면서 시작된 상문고 사태. 이후 상문고는 관선이사 파견 →이사진 복귀와 이에 따른 교사와 학부모 반발→시교육청의 이사진 취임 승인 취소→이 취소처분을 취소하라는 서울행정법원의 결정→시교육청 항소와 분규 재개 등 7년을 끌어왔다.

시교육청은 승소할 경우는 물론 패소하더라도 학교 정상화를 이유로 관선이사를 파견해 분규를 완전히 수습할 계획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이경희 대변인은 “특수지고교 지정이나 관선이사 파견 등은 임시방편”이라며 “사학재단의 공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립학교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이 같은 분규는 지속될 것이며 이 피해는 결국 학생에게만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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