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지하철역안내도 한자 잘못표기…日-中 관광객에 웃음거리

  • 입력 2001년 2월 8일 18시 57분


“서울시장님이 ‘길음’씨입니까?”

8일 오후 서울 지하철 4호선 길음역 종합안내도앞. 며칠 전 한국을 처음 찾은 중국인관광객들과 함께 시내나들이에 나선 여행사직원 이모씨(28)는 한 관광객의 황당한 질문에 할말을 잃어버렸다. 이 관광객은 종합안내도에 길음시장(市場)이 ‘吉音市長’으로 잘못 표기된 것을 보고 서울시장 이름을 ‘길음’씨로 착각한 것. 매직으로 덧입혔지만 ‘長’이라는 글자는 분명히 알아볼 수 있었다. 이씨는 “지하철역 곳곳에 엉터리로 표기된 한자안내문을 본 일본, 중국관광객들로부터 난데없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린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외국관광객을 위해 모든 지하철역사에 설치한 종합안내도의 한자표기중 상당수가 틀린 채로 방치돼 있다. 특히 지난해 한국여행 자유화로 급증추세인 중국인관광객과 최근 폭발적 증가세를 보이는 일본인관광객 등 한자문화권 관광객들을 감안할 때 이 같은 ‘한자오기’를 조속히 고쳐야한다는 지적이 높다.

실제로 본보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서울시내 지하철역마다 평균 1개이상의 잘못된 한자표기가 발견될 정도로 실태가 심각했다. 지하철1호선 시청역은 서울특별시청 서소문별관(西小門別館)이 ‘西所門別館’으로 잘못 표기된 경우. 2호선 건대입구역의 종합안내도에는 성수사거리(聖水4거리)가 ‘聖水4渠里’로 잘못 표기돼 있다. 3호선 압구정역의 경우 기기유화시험연구원(機器油化試驗硏究院)이 ‘機器油畵’로 잘못 표기돼 ‘미술연구소’로 착각할 정도였다.

4호선 노원역의 경우 노원4거리(蘆原4거리)가 ‘노원 4距里’로, 주공(住公)아파트가 ‘主公아파트’로, 동대문운동장역은 장충동(奬忠洞)이 ‘裝忠洞’으로 잘못 적혀 있었다. 이밖에 대한적십자사(大韓赤十字社)가 ‘大韓赤十自社’로, 남산3호(南山3號)터널이 ‘南山3呼터널’로 각각 잘못 표기돼 있던 명동역과 회현역 종합안내도의 경우 틀린 부분을 별도로 인쇄한 종이로 덧붙인 상태.

회사원 유영효씨(29)는 “올해가 한국방문의 해이고 내년 월드컵대회까지 앞둔 마당에 기초적인 안내표지조차 틀린다면 외국인관광객들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 뻔하다”며 “담당 공무원들부터 한자교육을 철저히 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하철을 운영하는 도시철도공사와 서울지하철공사측은 제작업체만 믿은 채 별도의 감수 및 관리인력이 없다보니 곳곳에서 잘못된 외국어 안내표기가 잇달아 발견돼 실태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관계자는 “빠른 시일 안에 전 지하철 역사에 대한 오기실태 조사를 실시, 잘못된 부분은 이달 중에 모두 수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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