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논술경향 분석/암기식 이젠 안통해

  • 입력 2001년 1월 15일 18시 40분


15일 건국대를 끝으로 마무리된 올해 주요 대학의 논술고사는 ‘암기 논술’의 종언으로 특징지워진다. 이 같은 출제 경향은 2002학년도 논술의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특징과 새 경향에 맞춘 논술 준비 요령을 정리한다.

▼특징▼

고전 읽기를 통해 현대 사회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요구하는 예년의 출제 경향이 그대로 유지됐다. 그러나 수험생들이 특정 주제를 도식적으로 외워 쓰는 논술을 막으려는 시도가 다양해진 것이 눈에 띈다.

▽암기 논술 안 통한다〓서울대는 수험생이 직접 논술문의 제목을 달고 직간접적인 체험을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 또 제시문을 전문 서적 등을 토대로 출제진이 직접 작성했다.

성균관대는 ‘스타’‘자아’‘사이버세계’ 등 6개의 소재 어휘를 제시하고 이를 활용해 논술하도록 요구했고 부산대는 ‘제시문 (가)의 행위를 (나)의 논거에서 비판하고 (다)의 입장에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라’고 요구했다.

이 같은 방식은 논술준비서에서 찾기 힘든 새로운 시도로 ‘틀에 박힌 논술’을 공부했던 수험생은 다소 당황했다. 특정한 서술 방식을 외워 쓰는 시대는 지나갔다.

▽사회문제 부각〓대부분 대학은 현대 사회의 문제점 파악과 해결책을 제시하는 문제를 냈다. 인생관의 현대적 의미(서울대 인문), 소유에 대한 인식 차이와 문제점(고려대), 현대적 의미의 리더십(이화여대) 경제난 속의 대안적 삶(건국대) 등이 그 예다.

▽현대문에 비중〓제시문 가운데 3분의 2가 20세기 이후의 글로 현대문 비중이 높았고 동서양의 비율은 비슷했다. 경북대는 삽화, 가톨릭대는 통계 자료, 연세대는 ‘국민교육헌장’을 인용했고 경희대는 영어 원문을 제시해 영어 이해력을 간접 측정하기도 했다.

▽통합적 구체적 사고〓‘이론’이 아닌 ‘생활’ 속의 논술이 많았다. ‘수험생의 직간접 체험반영(서울대 인문)’‘현대 상황에 맞는 구체적 논거 제시(가톨릭대)’‘구체 사례 논술(연세대 인문)’등을 수험생에게 요구했다.

중앙교육진흥연구소 정선학 논술팀장은 “인간과 동물의 지적 능력에 관한 견해를 묻는 등 인문 자연계를 넘나드는 사고력을 측정하는 문제가 많아 폭넓은 독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학주 제

서울대

삶의 자세가 사회에서 지니는 의미.<인문사회 예능계>
인간과 동물의 지적 능력 <자연 예체능계>
경희대세계관과 이를 토대로 한 ‘개인’과 ‘사회’의 관계
고려대소유의 인식 차에 따른 사회 현상과 문제점 및 해결방안
동국대혈연 지연 학연 등 ‘연고주의’의 폐해와 연고적 결사가 ‘건강한 공동체 문화 형성’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
성균관대신화 설화와 현재 청소년 문화의 관련성 및 다양한 현상

연세대

동의의 유형 분석 및 사회적 동의에 적응할 수 있는 방안 <인문계>
선언문의 순기능 역기능 및 이를 바탕으로 한 ‘국민교육헌장’ 분석<자연계>
이화여대현대적 의미의 리더십
중앙대욕망 추구의 태도 및 인간 욕망의 절제
한양대현대인이 처한 상황 양상 분석 및 문제점 극복방안
건국대삶의 방식 비교 평가 및 현재 사회 경제적 상황에 대한 대안

▼향후 논술 준비▼

제시문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자신의 구체적 해결책을 제시하라는 문제가 많아질 전망이다.

▽커진 비중〓15일 합격자를 발표한 성균관대에서는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논술의 상관계수가 +0.26으로 낮게 나타나 수능 성적이 높다고 논술 점수가 좋은 것은 아니었다. 합격자의 수능 성적 격차를 나타내는 표준점수는 지난해 1.0∼3.3점에서 올해 0.7∼2.2로 줄었다. 반면 논술점수 격차는 평균 1.46점의 수능점수 격차를 뒤집었다. 논술 때문에 수능 394점을 받은 수험생이 떨어지고 387점을 받은 수험생이 합격하기도 했다. 논술 점수 차이는 해가 갈수록 벌어지는 경향이 있다.

▽요구 준수〓답안 분량 등 요구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감점이 된다. 평소 사회적 문제 등에 대해 일정한 분량으로 정리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종로학원 김용근 평가실장은 “1000자를 기준으로 서론 180자, 본론 170―250―250자, 결론 150자의 기승전결의 논술 훈련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슈를 쫓아라〓막연한 주장보다는 구체성이 있어야 한다. 올해도 남북정상회담, 의료계파업, 미국 대선, 엽기, 해리포터 열풍, 두발 자율화, 쉬운 수능 등의 사회적 이슈를 활용했으면 좋은 점수는 받았을 것이다. 평소 신문칼럼, 시사토론 등을 자주 접하면 좋다.

▽수업에 충실하라〓대학이 고교 교과서를 참고해 출제하는 경향이 강했다. 문장력 사고력 논리력 배경 지식 등을 종합할 수 있는 것은 학교 수업이 최고다. 윤리 사회문화 국어 역사 교과서는 좋은 교재다.

<이인철기자>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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