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사고유자녀 27%만 정부지원「손길」

  • 입력 1999년 4월 25일 19시 38분


《‘교통사고를 당한 아빠는 전신이 마비됐다. 엄마는 생활비와 병원비를 감당하기가 매우 어려워 나와 동생의 적금까지 해약할 수 밖에 없었다. 단돈 7백원으로 일주일을 살아가야 할 때도 있었다.’(권모양·중3)

‘세살때 집 앞에서 승합차에 치었다. 왼쪽 허벅지에 상처를 입어 한달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그 뒤 나를 친 것과 똑같은 색깔의 승합차를 보면 무섭기만 하다. 집밖으로 나가는 것도 겁난다.’(신모양·7세)》

교통사고는 이처럼 성인 뿐 아니라 어린이에게도 깊은 상처를 남긴다.

김양과 같이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어린이는 ‘교통사고 유자녀’, 신양처럼 자신이 직접 사고를 당한 어린이는 ‘교통사고 장애아’라 부른다.

이들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상태에서 본인이나 가족이 사고를 당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받는 충격이 성인보다 훨씬 크다.

그만큼 정부와 사회가 따뜻한 관심을 기울이고 보살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교통사고 유자녀와 장애아의 실태조차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81∼98년 사이에 교통사고를 당해 숨졌거나 중증(重症)장애인이 된 피해자의 자녀는 12만여명으로 이중 18세 미만의 유자녀는 6만4천3백여명에 이른다.

이 숫자는 경찰청 통계청 보험개발원 등의 자료를 근거로 해서 추정한 것이라 정확한 것이 아니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대상이 얼마인 지도 모르는 형편이니 체계적인 지원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교통 유자녀는 부모가 모두 또는 한 명이 세상을 떠나 대부분 생계가 막막하다. 소년소녀가장이나 장애자 가구로 지정돼 정부지원을 받는 경우는 27% 밖에 안되는 것으로 교통개발연구원은 보고 있다.

부모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교통사고를 당한 장애아들도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 교통안전공단은 교통사고 장애아들이 3천1백여명(81∼98년)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시민단체인 도시연대가 96년 교통장애아 50여명을 면담한 결과 이들 대부분이 심리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살충동까지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녹색교통운동 민만기(閔萬基)사무처장은 “교통유자녀와 장애아에 대한 무관심은 사회복지 차원에서 볼 때 큰 구멍이 뚫려 있다는 점을 말해주므로 이제부터라도 정부가 정확한 실태파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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