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어린이를 지킵시다/임신때부터 교육

  • 입력 1999년 4월 18일 19시 52분


16일 오후 4시. 싱가포르의 한 보험회사 직원 길버트 로페즈(34)는 임신 3개월인 아내 안네(29)와 함께 부킷 티마에 위치한 ‘칸당 케르바우어 여성 어린이 전문병원’을 찾았다.

이들이 들른 곳은 병원 1층의 ‘어린이 안전센터’. 다음달이면 생후 9개월이 되는 아들 데니스에게 줄 안전좌석을 사기 위해서다. 지난해 5월 설립된 이 안전센터에서는 한달에 평균 10여개의 어린이용 보호장구가 팔리고 있다.

“데니스를 낳기 전 이 병원에서 어린이 보호장구 착용의 중요성에 대한 교육을 받았어요.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어린이가 시속 50㎞로 달리는 차를 타고 가다 사고를 당했을 때 3층 높이 건물에서 떨어진 것과 같은 충격을 받는다는군요.”

건강한 애를 낳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전하게 키우는 것도 그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게 안네의 말.

병원과 함께 어린이 안전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은 교통민간단체인 국가안전회의(NSC). 이 곳에서는 92년 말부터 생후 8개월 미만인 영아들을 위한 ‘베이비 캡슐’을 대여해 주고 있다.

이 곳은 캡슐 2백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한 달에 평균 20여개 정도를 대여하고 있다. 요금은 월 10싱가포르달러(약 7천5백원). 최소 6개월 이상 사용해야 하며 처음 빌릴 때는 1백싱가포르달러(약 7만5천원)를 보증금으로 미리 예치해야 한다.

인구 4백여만명의 싱가포르에서는 92년 한해동안 1백62명의 어린이(15세 이하)가 차를 타고가다 교통사고로 다치거나 숨졌다. 그러나 97년에는 2명, 지난해에는 단 1명만이 숨졌다. 어린이용 보호장구 착용이 법적으로 의무화된 덕분이다.

93년 1월부터 발효된 새 도로교통법은 모든 차량 뒷좌석에 안전벨트를 장착하도록 하고 어린이가 탈 경우 어린이용 보호장구 착용을 의무화했다.

어린이에게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운전자에게는 벌점 3점(25점 이상 면허취소)에 1백20싱가포르달러(9만여원)의 범칙금이 부가된다.

교통경찰청 등 정부와 자동차회사들도 어린이 안전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거의 매년 공동으로 어린이 안전을 위한 ‘안전좌석 이용 캠페인’을 벌여왔으며 격년으로 TV 광고도 해오고 있다.

이같은 노력으로 어린이에게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아 처벌받은 운전자가 96년 2백34명에서 97년엔 92명으로 급격히 줄었다.

〈싱가포르〓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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