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외국인 눈에 비친 「한국 교통문화」

  • 입력 1999년 2월 21일 18시 42분


급정거 끼어들기 과속 신호위반….

한국의 교통문화와 관련해 외국인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단어부터 떠올렸다. 다만 좀처럼 무단횡단을 하지 않는 보행자들의 교통의식은 높이 평가했다. 외국인들의 눈을 통해 한국의 교통문화를 진단해본다.

▽구마다 가즈코(熊田和子·69·일본·여)〓59년 4월부터 한국에 살고 있는 구마다(전 한국외국어대교수)는 한국에서 면허증을 딴지 20년이 넘었지만 그동안 운전을 하지 않았다. 차를 몰고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는 얘기.

“전용차로를 달리던 버스가 깜빡이도 켜지 않고 갑자기 옆 차로로 뛰쳐나오면 택시나 자가용은 어디로 가란 말입니까. 한마디로 무법지대예요.”

그는 “대중교통수단은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게 무엇보다 중요한데 한국의 운전사들은 승객을 먼저 생각하기는 커녕 무시하는 것 같다”며 “버스는 승객들이 미처 자리에 앉기 전에 출발하고 택시는 승객이 문을 닫기도 전에 출발하는 경우가 많아 무섭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인들은 교통경찰관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모습이 너무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아무리 차가 밀려도 교통법규를 지키던 차들도 교통경찰관이 사라지면 1백80도 달라져요. 조금만 가면 U턴 구간이 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중앙선을 침범하는 차들을 수 없이 보았습니다.”

▽웬디 크라우더(31·캐나다·여)〓지난해 3월 두번째 한국에 온 크라우더는 ‘차량중심의 사고방식’이 무엇보다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보행자 보호에 너무 소홀하다는 것.

“지난해 말 친구 한명이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다 자가용에 부딪혀 넘어지는 사고를 당했어요. 그런데 운전자가 차에서 내리더니 쓰러진 친구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먼저 차량 범퍼를 살피더래요. 큰 사고는 아니었다고 하지만 어떻게 그럴수가 있는지….”

그는 또 택시운전사의 자질문제도 심각하다고 말했다. 97년 처음 한국에 왔을 때 김포공항에서 검은택시(모범택시)를 타고 운전사에게 한글로 목적지가 적힌 메모지를 내밀었지만 계속 엉뚱한 곳에 내려줘 결국 세번이나 택시를 탔다는 것.

캐나다 대사관에서 일하고 있는 크라우더는 보행자의 교통의식에 대해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캐나다에는 무단횡단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한국 사람들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횡단보도를 이용하잖아요. 얼마나 보기 좋은지 몰라요.”

▽페트릭 마르티네즈(33·프랑스)〓르네상스 서울호텔 식음료담당 이사인 운전경력 15년의 마르티네즈는 다른 외국인들과는 달리 한국의 교통문화에 대해 후한 점수를 주었다. 한마디로 ‘Best(최고)’라는 것.

이같은 평가는 그의 고향인 프랑스 니스와의 비교에서 나온 것. 그곳 사람들은 대부분 성격이 불같고 이 때문에 ‘빠른 것이 최고’라는 잘못된 운전문화가 형성됐다는 얘기다. 다른 차가 앞을 가로 막으면 경적을 울려대고 도로에서 운전자끼리 멱살을 잡고 싸우는 일도 다반사는 것.

그는 “끼어든 뒤 깜박이를 켜거나 손을 들어 고마움을 표시하는 한국운전자들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역시 택시 운전사들에 대해서는 불만이다. 쌩쌩 달리다가 갑자기 차로를 변경하거나 급정거하는 바람에 깜짝 놀란 적이 한두번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

*손해보험협회 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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