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정용석]소출력 방송시대 온다

  • 입력 2004년 12월 17일 17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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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석
며칠 전 학교 동창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소출력 방송이 도대체 뭐냐?” 지난달 방송위원회가 8개의 소출력 라디오방송 시범사업자를 선정했고, 거기에 내가 운영하는 ‘분당FM’이 포함됐다는 뉴스를 보고 그게 무엇인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기존 FM방송이 전국을 커버하는 대출력 방송이라면 소출력 방송은 반경 5km 안에서만 들리는 방송이지. 쉽게 말하면 ‘동네방송’이야”라고 사례를 들어가며 한참을 설명해야 했다. 하기야 방송국 설립을 추진 중인 나 역시 소출력 방송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된 게 그리 오래지 않았으니 일반 사람들에겐 더욱 낯설 수밖에….

사업자 선정 결과가 나오자마자 나는 곧장 일본으로 갔다. 소출력 방송이 시작된 지 12년 만에 방송국 수가 170여 개로 불어나고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흑자 경영을 하는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해서였다. 일찍이 일본 특파원 시절 소출력 방송의 위력을 실감했다.

6000명 이상이 숨진 1995년 고베(神戶) 지진 당시 피해지역 주민들이 중앙방송이 아니라 온통 동네방송에 귀를 기울였던 것. 동네방송들이 언제 어디에서 구호물자를 배급하고, 어느 지역의 누가 도움을 받지 못해 고생하고 있다는 등 구체적인 뉴스를 지속적으로 내보냈던 까닭이다.

재난 때에만 도움이 되는 게 아니다. ‘어떤 도로가 공사 중이니 돌아가라’, ‘몇 시부터 단수되니 미리 물을 받으라’는 등 생활정보도 전달한다. 시시콜콜한 이웃 얘기를 알려 공동체 의식도 북돋울 수 있다. 더 나은 동네를 만들기 위한 공익 캠페인을 펼치는 장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여기에는 주민의 직접 참여가 중요하다고 하겠다.

다소 서투르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유익하다는 느낌이 드는 방송. 이 길이 기존 방송들의 틈새를 파고드는 동네방송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 아닐까.

정용석 분당FM 대표·전 KBS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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