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룡의 중국 살롱(說龍)]<11>북한의 대북 제재 피하는 8가지 방법과 중국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8일 14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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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둥 철교 위에 화물차가 북한으로 들어가고 있다. 동아일보 DB
단둥 철교 위에 화물차가 북한으로 들어가고 있다. 동아일보 DB
북한의 6차 핵실험(9월 3일)에 대해 유엔 대북 재제 결의안(9월 11일) 2375호는 대북 석유 수출 축소도 포함했다. 기존에 공급된 석유와 석유 제품 기준으로 30% 가량을 줄이는 것이어서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더욱이나 북한이 제재를 피하기 위해 어떤 꼼수를 부릴 지도 관심이다.

마침 미국 정부와 UN 전문가 패널은 제재 국면에서 어떻게 제재를 피해 외화를 획득하고 있는 지 8가지 유형을 지적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먼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7일 전한 제재 회피 8가지 방법을 살펴보고 역시 중국의 역할이 왜 중요한 지 분석한다.

보고서가 지적한 8가지 유형은 물물교환, 밀수, 선박 관련서류 위조, 해외 노동자 파견, 민간장비를 군사장비로 개조, 위장회사, 외교관 동원, 무기 및 군사 훈련 수출 등이다.

‘상품 물물교환’은 석탄 및 다른 광물과 무기 부품, 사치품 등을 직접 현물로 교환해 자금 거래 추적을 피하는 것이다.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의 ‘즈청금속’은 북한에 핵과 미사일 부품을 제공한 댓가로 철과 무연탄을 구입했다. ‘밀수’는 전통적인 밀반입 외에 북한 제품을 해상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 등으로 빼돌린 뒤 러시아에서 생산된 제품으로 세탁해 판매하는 것이다.

서류를 허위로 작성해 많은 선박을 국내용으로 등록한 뒤 실제로는 국제 해역에 동원해 검문 감시를 피하고 있다. 해외에 파견된 약 10만 명의 근로자들은 매년 5억 달러 가량의 외환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미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6차 핵실험 후 채택된 유엔 안보리 재제 결의안 2375호에는 북한 근로자의 신규 파견을 금지했지만 이미 파견된 근로자들이 벌어들이는 것은 제재 밖에서 외환 획득의 주요 원천이 되고 있다. ‘만수대 해외개발’ 등이 해외 근로자 파견을 주관하며 임금 일부를 떼 핵과 미사일 개발 비용을 충당해 왔다.

북한이 올해 4월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벌일 때 ‘북극성-1호’ 미사일을 싣고 등장한 트럭의 연료탱크에서 ‘시노트럭’이라는 표시가 발견됐다. 2년 전 10월 퍼레이드에도 같은 종류의 트럭이 등장했다. 중국 국영업체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민간용으로 수출돼 제재에서 빠졌으나 사실상 군용으로 개조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에 진출한 북한 업체들이 위장회사를 차려 놓고 계좌를 만들어 사용하는 경우 추적이 쉽지 않다.

중국 회사를 이용해 거래를 하는 방법도 있다. 지난해 대북 금수 물자 수출로 적발된 단둥의 홍샹(鴻翔)개발은 북한을 도와 해외 은행거래를 해준 정황이 포착됐다고 UN 보고서는 지적했다. 전세계에 파견된 외교관이나 외교관 가족들 이름으로 개설한 계좌도 제재를 피해 사용될 수 있다. 김철삼은 단둥에 있는 북한 대동은행의 대표인 김철삼은 자신의 이름으로 중국과 홍콩에 적어도 8개의 계좌를 개설하고 수백만 달러 규모의 거래를 해왔다.

무력 충돌과 분쟁이 많은 중동과 아프리카에 은밀히 무기를 수출하거나 군사 훈련을 시켜주고 외화를 얻는 것도 제재 밖의 외화 획득 방법으로 지목됐다. 앙골라, 콩고, 에리트리아, 모잠비크, 나미비아, 우간다,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들이 북한과 군사적 교류를 하고 있으며, 시리아 등 중동의 일부 국가도 북한과 무기거래를 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이 주민들과 활짝 웃고 있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북한 김정은이 주민들과 활짝 웃고 있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북한이 동원하는 이들 제재 회피 방법 중에 중국과 관련되거나 중국의 도움이 없다면 크게 효과가 줄어들 것이 많다. 물물교환이나 밀수 등은 대부분 중국을 매개로 이뤄진다. 해외 파견 근로자도 중국과 러시아가 가장 많다. 군용으로 전환될 수 있는 설비나 물자를 제공하거나 해외 위장회사 설립 운영에도 중국과 관련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외교관의 불법 행위나 무기 판매, 군사 훈련 2가지 외에는 모두 중국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중국이 적극적으로 단속 의지를 가지지 않을 경우 이같은 회피 수단은 제재 자체를 무력화할 수도 있다. 중국은 대북 제재에서 중국 역할론을 강조하면 ‘방울을 단 미국이 해결하라’는 식으로 회피한다. 북한 핵개발 중단이나 폐지 등 ‘한반도 비핵화’로 가기 위해서는 이런 제재의 구멍들이 막아야 함을 새삼 보여준다.

18일 일본 아사히신문도 이런 18일 중국의 민간 기업이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소재를 북한에 수출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4월 중국 민간 기업이 미사일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고순도 텅스텐과 알루미늄 합금을 북한의 중앙과학기술무역회사에 밀수했다는 것.

소식통은 이 중국 기업이 해당 소재를 고속도로 건설공구로 위장한 뒤 선박을 사용해 밀수했다며 중국의 실무 당국자가 밀수를 묵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한국 군사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협력하는 중국 기업이 10여곳이나 있다고 설명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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