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후의 성장엔진을 찾아라]<9>미국의 대표기업 구글과 GE

  • Array
  • 입력 2011년 1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구글, 모바일 혁신에 사활
GE, 꿈의 의료기 개발 박차


구글과 제너럴일렉트릭(GE). 각각 미국의 정보기술(IT) 산업과 제조업을 대표하는 이 두 기업에는 공통점이 있다.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으로 경쟁력을 키운다는 점이다. 1998년 설립된 구글은 13년 만에 세계 최대 인터넷 왕국을 건설하며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붕괴 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던 실리콘밸리의 부활을 이끌었다. 1892년 발명왕 에디슨이 세운 GE는 수많은 기업이 명멸하는 동안 변신을 거듭하며 세계 최대기업의 자리에 올랐다.

미국은 자유경쟁과 기업가정신으로 성장해온 경제. 정부 주도의 산업정책 대신 기업의 혁신이 경제성장을 이끈다. 미국을 대표하는 두 회사를 찾아 미래 전략을 들여다봤다.

○ 구글 없는 미국 경제? 상상 못해

지난해 12월 16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남쪽으로 자동차로 40여 분 거리에 위치한 마운틴뷰. 우거진 나무와 넓은 잔디밭에 낮은 건물 10여 개가 흩어져 있는 구글 본사가 나타났다. 전 세계 인터넷 검색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구글 본사의 첫인상은 ‘자유분방’이다. 반바지를 입고 개를 산책시키는 직원, 수영장에서 선탠을 하는 직원, 잔디밭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직원들…. 정장에 넥타이를 맨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기자를 안내하던 직원 나디아 블라고제비치 씨는 “구글러(구글 직원들을 이르는 말)들은 출퇴근이나 식사시간 등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할 일을 알아서 한다”고 했다. 구글은 편리한 검색엔진과 온라인광고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MS)를 제치고 IT 업계의 맹주 자리를 차지했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인터넷 이용자가 원하는 모든 정보를 찾을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 아래 뉴스, 동영상, 번역, 지도 서비스, 길 찾기 등으로 사업영역을 끊임없이 확대해 왔다.

구글은 이제 회사의 미래를 모바일 인터넷에서 찾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PC 사용자가 10억 명인 데 비해 휴대전화 가입자는 32억 명에 이르기 때문에 휴대전화 등 모바일 기기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한 뒤 정보를 검색하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구글이 휴대전화 기기 제조업체들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2007년 개방형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존 레걸링 안드로이드 글로벌 파트너십 담당 디렉터는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휴대전화 제조회사가 많아질수록 이들 사이에 더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혁신 경쟁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은 이러한 모바일을 통해 광고 수입을 확대할 수 있다.

이 같은 구글의 전략은 일단 들어맞은 것으로 보인다. 안드로이드폰은 스마트폰의 선발 주자인 애플 아이폰을 제쳤다. 지난해 9∼11월 미국 내 스마트폰 평균 가입자 수에서 안드로이드폰은 전체의 26.0%를 차지해 리서치인모션(RIM)의 블랙베리(33.5%)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아이폰은 25.0%로 3위에 그쳤다.

○ 미국 제조업의 부활 꿈꾸는 GE

미 동부 매사추세츠 주 윌밍턴 GE 헬스케어 부문의 자기공명영상(MRI) 촬영기기 제조 공장. 여기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GE만이 생산할 수 있는 특수 MRI 촬영기기를 만든다. 침대에 누워 몸 전체를 촬영하는 일반 MRI 기기와 달리 팔다리만 촬영하는 소형 MRI 기기다.

이 공장의 피터 로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일반 MRI 기기가 대당 150만∼200만 달러인 데 비해 이 기기는 55만 달러로 3분의 1 수준”이라며 “그만큼 환자들이 부담하는 의료비도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이 기기는 GE가 차세대 성장사업으로 선정한 ‘헬시매지네이션(healthymagination)’의 일환으로 개발한 것이다. 이 말은 건강을 뜻하는 ‘헬시(healthy)’와 GE의 슬로건인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힘(imagination at work)’을 조합한 단어이다. GE가 2009년 5월 발표한 헬시매지네이션은 2015년까지 100개의 혁신제품 개발에 60억 달러를 투자해 △의료 관련 비용 15% 감소 △의료 서비스 품질 15% 향상 △의료 서비스 접근성 15% 확대 등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GE의 차세대 성장전략의 또 다른 축은 2005년 발표한 ‘에코매지네이션(ecomagination)’이다. 역시 GE의 슬로건에 친환경을 뜻하는 ‘에코’를 붙여 만든 말이다. GE의 에코매지네이션은 이미 매출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GE는 에코매지네이션을 통해 2005∼2009년 5년간 매출 750억 달러를 올렸다.

창립 이래 119년 동안 구조조정과 혁신으로 세계 최대 기업의 자리를 지켜온 GE는 이처럼 환경과 의료를 차세대 혁신 키워드로 삼아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글·사진 마운틴뷰·윌밍턴=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 앤 메이 창 구글 엔지니어링 디렉터 ▼

“어떤 프로그램도 모바일에 적용 못하면 무의미”


“스마트폰 등 모바일 분야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면 이는 분명 구글의 작품일 것이다.”

앤 메이 창 구글 모바일 엔지니어링 디렉터(사진)는 “구글이 사활을 걸고 찾고 있는 미래 성장엔진은 모바일 분야”라며 이같이 말했다. 중국계인 창 디렉터는 각종 모바일 기기에 쓰이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책임지고 있다.

―모바일 분야는 구글에 어떤 의미인가.

“우리는 정보기술(IT) 산업의 미래가 모바일에 달려 있다고 판단한다. 모바일에서 뒤지면 구글의 미래도 없다.”

―구글은 이런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모든 직원에게 소프트웨어나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 모바일 기기를 먼저 생각하라고 주문한다. 이제 어떤 프로그램도 모바일에 적용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구글의 몸집이 커지면서 변화에 둔감해졌다는 지적이 있다.

“그렇지 않다. IT 산업에서 정체는 곧 죽음이다. 구글은 끊임없이 진화했다. 예컨대 구글은 모바일 분야를 위해 보이스 서치(말로 검색어를 입력해 찾는 기능) 기술을 개발했고, 이용자 위치기반 검색 서비스 기술도 내놓았다.”

―안드로이드를 개방한 이유는 무엇인가.

“개방성은 혁신을 유발한다. 안드로이드를 개방해 제조사들끼리 좋은 단말기를 만들려는 경쟁이 벌어지면 모바일 기기 사용자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더 좋은 서비스를 받게 될 것이다.”

―10년 후 구글은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기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구글은 변화의 트렌드를 읽고 변화를 주도하는 회사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마운틴뷰=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