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도쿄]‘공포의 열도’ 日초등생 피살 잇따라

  • 입력 2006년 5월 2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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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꾸 초등학생들이….”

23일 밤 일본의 한 TV 뉴스 시간. 앵커는 최근 잇달아 일어난 초등학생 사망사건을 보도하며 개탄했다. 이날은 센다이(仙臺) 시에서 4학년 여자 어린이가 맨션 고층에서 떨어져 숨진 채 발견됐다.

초등생들이 살해되거나 의문의 죽음을 당하는 사고가 잇달아 발생해 일본인들을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17일 오후 아키타(秋田) 현의 인구 5000여 명에 불과한 시골 마을에서 하굣길의 초등 1학년생이 사라졌다가 이튿날 인근 하천변 풀밭에서 목 졸려 살해된 채 발견됐다. 문제는 한 달 전 이 어린이의 옆집 4학년 여자 아이가 익사체로 발견된 뒤 어린이 안전 지도에 빨간 불이 켜졌고 이날도 친구 엄마가 집에서 80m 앞까지 데려다 줬다는 점. 사건은 오리무중이다.

20일 사가(佐賀) 현에서는 자전거를 타던 5학년생이 교통사고 흔적만 남긴 채 행방불명됐다가 8시간 뒤 현장에서 2km 떨어진 인근 숲에서 발견됐다. 두개골 골절 등 중상을 당한 채 버려졌던 어린이는 혼수상태이며 경찰은 용의자를 지명수배 중이다.

23일 추락사한 4학년생의 경우 1층 우편함에 든 석간신문을 가지러 나간 뒤 10분 만에 자신의 키보다 3cm 낮은 128cm의 복도 난간에서 추락했다는 점에서 의문점이 많다.

3월 가와사키(川崎) 현에서 해고 무직자가 ‘세상에 대한 막연한 증오’로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3학년생 남자 아이를 15층에서 던져 살해한 사건을 일깨우기 때문이다.

저출산 사회의 일본에서 어린이는 ‘나라의 보물’로 취급받지만 어린이에 대한 공격이 끊이지 않아 사회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히로시마(廣島) 시에서, 12월 이바라키(茨城) 현에서 하굣길의 1학년 여자 아이들이 각기 살해된 뒤에는 전국이 어린이 안전을 위한 방범 대책에 몰두해 왔다.

초등학교 대부분은 방범장치를 갖추고 외부인 출입을 막고 있다. 등하교 때 집단 귀가 지도나 보호자 동행 의무화는 기본. 정년퇴직자나 전직 경찰을 동원해 방범조직을 만든 지역도 적지 않다.

그러나 아파트 내 복도나 집 앞이 살해 현장이 되면서 한때 안전 대국이던 일본은 이제 ‘아이들을 밖에 내놓을 수 없는 사회’가 되고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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