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요커]차베스가 美서민 돕는다?

  • 입력 2007년 10월 2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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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브롱크스에 사는 패트리스 화이트맥글리스 씨는 최근 2년 동안 겨울철 난방비로 매달 160∼300달러를 절약하고 있다. 브롱크스 길드 고등학교는 학생들에게 브롱크스 강 생태 탐사 프로그램을 무료 제공한다.

이는 모두 우고 차베스(사진)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앞장선 브롱크스 지역 지원 프로그램 덕분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악마’라고 부르는 남미의 대표적 반미 지도자 차베스 대통령이 미국 서민층에게 갖가지 도움을 제공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1일 보도했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대표 도시’인 뉴욕이 제3세계 국가인 베네수엘라로부터 도움을 받게 된 것은 2005년 가을 차베스 대통령이 뉴욕 일대 서민층이 많이 사는 브롱크스 남부를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그는 주민들에게서 ‘겨울철 난방비가 부담스럽다’는 이야기를 듣고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의 미국 자회사인 ‘시트고’를 통해 난방유를 40% 할인해 판매하겠다”고 약속했다.

브롱크스를 향한 차베스 대통령의 손짓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고등학교 환경프로그램에 매년 21만 달러를 지원한 데 이어 일자리 창출과 도시환경 정비 등 각종 프로그램에 수백만 달러를 쏟아 부었다.

시트고는 나아가 서민층에 대한 난방유 할인 판매를 미국 전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20만 명에게 1억 갤런을 공급한 데 이어 이번 겨울에는 1억1000만 갤런을 공급할 예정이다. 난방유 할인 판매에 들어간 돈은 지난해 기준으로 8000만 달러(약 760억 원)에 이른다.

미국인이 반미의 선봉장인 차베스 대통령에게 지원을 받게 된 만큼 논란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언론들은 정치적 선전에 이용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차베스 대통령은 틈만 나면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경제적 불평등을 거론해 왔다.

베네수엘라에서도 논란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야당 지도자인 레오폴도 로페스 씨는 “왜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부자인 미국 도시에 돈을 주느냐”며 “차베스 대통령은 가난한 베네수엘라 국민부터 먼저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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