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자위대 50년]<2>소수정예화로 기동력 증강

  • 입력 2004년 2월 3일 19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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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자위대 11개 사단(1개 기갑사단 포함), 2개 여단, 2개 혼성단 총 14만8200여 병력 가운데 최정예는 단연 제2사단이 꼽힌다. 이라크 파병도 이 부대가 맡았다. 이 최정예 사단의 본부는 일본 열도 북단 홋카이도(北海道)에서도 최북방인 아사히카와(旭川)에 자리잡고 있다.》

▽최정예는 홋카이도에=3일 이라크 파병 육상자위대 본대가 아사히카와 2사단 본부를 떠나는 모습을 보며 일본의 한 대학교수는 ‘역사는 되풀이되는 것인가’라고 되뇌었다.

100년 전 러시아군과 뤼순(旅順)공방을 벌이기 위해 당시 일본제국 육군 최정예였던 제7사단 본부가 출정했던 곳도 바로 이곳이었다.

뤼순전투는 러일전쟁의 시작이자 제국주의 일본의 약진을 알리는 서막이었다. 당시 7사단은 1937년 관동군과 소련군이 격돌한 노몬한사건, 1942, 43년 과달카날섬 전투에도 주력부대로 참가했다.

세월이 흘렀어도 육상 최정예 병력이 홋카이도 북부에 주둔하고 있는 것은 일본의 방어전략이 러시아를 겨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도 육상자위대 병력의 40%, 전차 1020대의 절반이 홋카이도에 배치돼 있다.

홋카이도를 작전지역으로 하는 ‘북부방면대’에는 2사단 외에도 5사단, 11사단, 7사단, 중포병 1개 여단이 배속돼 있다. 특히 7사단은 육상자위대 유일의 기동 기갑사단으로 전차 중심 부대이다.

▽방위력 재편=일본 정부는 지난해 12월 미사일방어(MD)체제 도입을 결정하면서 ‘신방위계획’을 마련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구체적인 장비 도입 등을 담은 ‘중기 방위력 정비계획’을 확정한다.

‘신방위계획’에서는 적의 상륙을 상정해 수립된 현재까지의 방위전략이 크게 바뀐다. 북한이 98년 일본 열도를 넘어 태평양에 탄도미사일 ‘대포동’을 발사한 데 이어 핵무기를 계속 개발하자 위협을 느낀 일본은 방위계획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육상자위대는 냉전체제 붕괴 뒤인 95년에 수정된 방위전략에 따라 기갑전 중심에서 기동전 대응 조직으로 꾸준히 변모해왔다. 1개 보병사단이 없어지고 2개 사단(각각 7000∼9000명)은 여단(3000명) 규모로 축소돼 지금은 10개 보병사단, 2개 여단 체제이며 장차 8개 사단, 6개 여단으로 축소 편성될 예정이다.

전차도 1200대에서 1020대로 줄었다. 최종 목표는 900대. 화포도 적정 규모로 줄이고 있다. 육상자위대 정원은 97년 18만명에서 현재 16만명으로 줄었다.

그러나 이것이 전투력 약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구형 전차 2대를 폐기하는 대신 신형 전차 1대를 배치하는 방식의 소수정예화를 통한 전력 강화다. 2003년도 방위예산은 4조9265억엔(약 50조원)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병력이 줄었는데도 97년도의 4조9141억엔보다 오히려 많다.

▽‘미래의 가상 적’ 중국=기동력 강화 외에 육상자위대 재편의 또 다른 핵심요소는 ‘북부방면대’의 화력 비중을 낮추고 ‘서부방면대’ 비중을 늘리는 것이다. 일본의 ‘가상 적’이 러시아에서 중국으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전시 ‘국가동원령’과 비슷한 유사법제를 확정하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혹은 화생방 미사일 공격, 상륙공격 등 위협이 마치 눈앞에 닥친 것처럼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결국 자위대는 북한 위협론을 앞세워 ‘(외부의) 공격이 예측되는 상황’에서도 민간토지 수용 등의 조치를 할 수 있게 됐다.

일본의 한 군사평론가는 “북한 경계론은 어디까지나 구실이며 속셈은 중국 견제”라고 잘라 말했다. 북한군이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병력 수에서 자위대를 능가하지만 지속적인 전투 수행능력에서는 일본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

일본은 옛 소련 해체 후 동북아 패권을 다툴 상대인 중국을 염두에 두고 육상자위대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매년 20대씩 생산되는 90억원짜리 일본제 신형 전차와 최신형 장갑차가 ‘서부방면대’에 속속 배치되고 있는 것도 ‘미래의 가상 적’ 중국을 염두에 둔 것이라 할 수 있다.


도쿄=조헌주특파원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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