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나의 무대 6]김현종 WTO 선임법률자문관

  • 입력 2002년 10월 17일 18시 07분


한국과 유럽연합(EU)은 다음 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인다. EU가 한국 조선업계를 이번 주말 제네바에 있는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예정이기 때문. WTO에서의 승·패소 여부가 한국 조선업계에 미칠 영향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세계 무역시스템이 WTO 체제로 통합되면서 WTO의 힘은 이제 우리 안방까지 미치고 있다. 이런 WTO에서도 중추 역할을 하는 법률국에서 김현종(金鉉宗·43·사진) 국제변호사는 4년째 선임법률자문관(Senior Legal Advisor)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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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제질서의 기본 틀을 세우고 분쟁을 조정하는 WTO에서 법률국의 변호사들은 WTO 규정을 작성하고 국가간 분쟁 재판에 관여한다. 김 자문관은 법률국 변호사 15명 가운데 가장 높은 직급인 P5급.

그는 최근 남미와 유럽 국가 사이의 정어리(Sardine) 명칭 분쟁에 관여, 최종 판결문까지 작성했다. 유럽국들이 유럽 해역에서 잡히는 정어리에만 ‘정어리’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고 규정한 데 대해 남미 국가들은 남미산 정어리를 ‘정어리’라는 이름으로 수출할 수 없게 한 것은 또 하나의 무역장벽이라며 WTO에 제소했다. 결과는 남미 국가의 승소. 만일 패소했다면 영세한 남미 어업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1999년 5월부터 WTO에서 일해온 김 자문관은 “내가 WTO 문서에 쓰는 단어 하나 하나가 국제경제질서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늘 긴장의 연속”이라면서도 “작은 힘이나마 공정한 국제경제질서 확립에 보태고 있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가 직접 한국 관련 분쟁을 맡으면 어떨까. “원칙적으로 관련 국적자를 기피하는 규정은 없다. 그러나 중립성 문제가 있을 수 있으므로 나 자신이 맡지 않는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김 자문관은 “WTO에 나를 포함해 한국인 직원이 2명밖에 없다”며 “국제기구의 책임 있는 위치에 한국인이 많이 진출하는 게 장기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는 “국제기구에는 법률가 수요가 많다. 한국의 젊은 법조인들이 눈을 세계로 넓혀 국제기구에 많이 진출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파리〓박제균특파원phark@donga.com

▼김현종 자문관은…▼

▽학·경력〓59년 서울 생. 미국 윌브램 맨슨 고교→미 컬럼비아대 학부(국제정치학)·로스쿨→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 취득→미국 한국 로펌 근무→홍익대 교수, 외교통상부 통상 고문 변호사

▽지원 경위〓“외교관이었던 부친(김병연 전 노르웨이 우루과이 대사) 때문에 외국 생활에 거부감은 없다. 외교부 고문 변호사를 하면서 통상 분야에서 더욱 전문 경험을 늘리려 하던 중 WTO의 모집 공고를 보고 WTO 인사국에 지원 요청서를 냈다. WTO 변호사 한 명 뽑는데 보통 수백명이 지원한다.”(www.wto.org 참조)

▽처우〓“연봉은 대략 1억2000만원 정도. 휴가는 1년에 4주지만 바빠서 다 못 쓴다.”

▽국제기구 지원자 조언〓“어학은 기본이고 자기 분야의 전문 지식이 탄탄해야 국제기구 내에서 일을 주도할 수 있다. 국제기구의 책임 있는 자리에 채용되려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저널에 논문을 발표하거나 세미나에 참석하는 등 국제활동 실적을 많이 쌓는 게 좋다.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기회는 꼬리가 없다. 결코 뒤쫓아 가면서 잡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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