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1000년 타임캡슐]섹스를 아시나요?

  • 입력 1999년 12월 23일 18시 52분


서기 3000년을 살고 있는 여러분은 성교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것은 독자 여러분이 평범한 사람임을 가정하고 하는 말이다. 예를 들어 고생물학자 같은 전문가들은 성교에 대해 애매하게 나마 학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성교는 남성과 여성의 성기가 결합되면서 남성의 음경에서 여성의 생식기 안으로 정액이 배출되는 행위였다. 종족의 번식을 위한 방법으로서 성교는 유전적인 다양성을 얻기 위한 초보적인 방법이었다. 부모의 유전적 특성들이 성교를 통해 만들어진 수정란 속에서 새롭게 배열되었던 것이다. 물론 독자 여러분이 익히 알고 있는 생명을 만들어내는 각종 고급 기술에 비하면 성교에 관한 모든 이야기들은 크로마뇽인의 동굴벽화처럼 원시적으로 보일 것이다.

사실 21세기를 코앞에 둔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 성교는 이미 재미있는 심심풀이 오락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시험관 수정, 유전공학, 유전자 복제 기술 등의 분야에서 최근 이루어진 발전을 감안하면, 성교는 임신에 대한 매우 서투르고 원시적인 접근방법으로 보인다.

순수하게 에로틱한 행위로서 성교가 지니고 있는 매력도 점점 줄어들 것이다. 외계인에게 납치되어 그들과 성관계를 맺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평범한 인간과의 성관계에 대한 욕망이 점점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1000년 후 봄날 오후에 생명공학으로 만들어진 커피를 마시면서 그 안에 들어있는 페로몬을 통해 앞으로 다가올 쾌락에 대한 전율을 느끼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인가.

아, 이런, 1000년의 시간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는 낯선 사람에게 쾌락이니 전율이니 하는 말을 하는 것이 이렇게 에로틱할 줄이야.

여러분에게 부탁을 하나 해도 되겠는가? 여러분이 이 글을 읽고 있을 때, 나는 뉴저지주 해켄새크에 있는 냉동 보존시설에 냉동되어 있을 것이다. 여러분이 와서 나를 녹여주길 바란다. 그리고 우리는 밤새 파티를 벌이는 것이다.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는가?

마크 레이너(소설가)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millennium/m6/practices-sex.html)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