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경찰 종합중국어' 펴낸 서대문署 여인엽순경

  • 입력 2003년 3월 21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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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강력계 형사가 수사에 필요한 중국어 표현을 모아 참고서를 만들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 강력계 여인엽(呂寅燁·28) 순경은 최근 ‘경찰 종합중국어’를 펴냈다. 수사, 교통, 경비 등 각 분야에서 필요한 표현뿐만 아니라 범인 신문에 필요한 용어와 중국 법규까지 수록했다.

“중국은 법제도가 다르고 전문용어도 많아 통역사에게 맡길 수만은 없습니다. 직접 수사에 필요한 언어를 익히는 게 좋지요.”

전문대를 중퇴한 뒤 1994년 전남 여수해양경비대에 입대한 그는 3개월간 중국 어학연수를 한 경험 때문에 중국 어선 관련 범죄 수사의 통역을 자주 맡았다.

이때 여씨는 현장에서 각종 전문용어와 부닥치면서 제대로 공부할 필요성을 절감했다.

1996년에는 배를 타고 대규모 밀입국을 시도하던 중국인들을 검거한 적이 있었다.

배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 있을 경우 처벌이 더 무거워지는데 그의 설명을 잘못 이해한 중국인은 이 장치가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배에는 GPS가 없는 것으로 확인돼 하마터면 엉뚱한 죄를 추가할 뻔한 ‘아찔한’ 경험을 했다.

제대 후 4개월간의 중국어학연수를 마치고 관광가이드 자격증을 딴 뒤 경찰 공채 시험에 응시한 여씨는 이후에도 언어로 인한 어려움을 계속 겪었다.

“한번은 법원에서 통역할 때 ‘집행유예’에 해당하는 중국어 표현을 찾지 못해 당황한 적도 있었어요.”

2001년 서울 서대문파출소에서 순경으로 근무하던 여씨는 책을 내야겠다고 결심하고 퇴근 후 매일 2시간씩 집필에 매달렸다. 10여권의 중국 법률서 및 경찰 관계 문건들을 원서로 훑고 적절한 표현을 찾아 인터넷을 뒤지는 데만 꼬박 8개월이 걸렸다. 특히 적절한 마약관련 용어를 찾는 작업은 더욱 까다로웠다.

발로 현장을 누비며 경험을 쌓기 위해 강력계를 지원했다는 여씨는 “차근차근 배워서 언젠가 중국 주재 경찰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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