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반환 D-29/민주화 어디로]『자유 위축』 우려

  • 입력 1997년 6월 2일 07시 45분


해마다 6월4일 밤이면 홍콩 중심가의 빅토리아공원에는 수만개의 불꽃이 붉은 야생화 군락처럼 일시에 피어나 장관을 이룬다. 지난 89년의 천안문광장 유혈진압에 항의하는 촛불시위다. 일종의 사회단체인 「홍콩각계지원중국민주운동연합회」(일명 지련회)가 주최하는 이날의 촛불시위에는 가족을 동반한 수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들어 중국의 민주화를 촉구하고 민주화과정에서 숨져간 사람들의 영혼을 위로한다. 말이 시위지 홍콩인들은 이날 행사를 통해 사회주의에 대한 민주주의의 우월성을 확인하는 상징적인 행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올해를 마지막으로 이 행사는 이제 홍콩에서 더이상 열리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주권반환에 따라 홍콩의 민주주의에 적신호가 울리고 있다는 우려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집회 시위 및 결사의 자유, 언론의 자유, 학문과 예술 및 정치적 반대의 자유 등 민주사회가 누리는 기본 자유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홍콩의 명보가 1천81명의 홍콩시민을 대상으로 주권반환후 가장 희망하는 사항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43%가 기본권과 자유의 보장을 들었다. 이는 2개월전에 실시한 조사에서보다 5% 이상 늘어난 것으로 반환이 가까워질수록 홍콩인들은 자유가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정치와 인권 등의 문제에 있어서는 차기 정부가 북경의 방침을 우선시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이같은 걱정이 증가되고 있습니다』 홍콩성시대 사회학과 4학년 溫浩然(온호연·22)의 지적이다. 주권반환은 홍콩의 민주파 정당들의 활동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홍콩의 제1 야당으로 홍콩내 민주세력을 리드하고 있는 민주당은 주권반환 당일로 李株銘(이주명)주석을 포함한 19명의 의원 전원이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지난 95년 영국이 주민 직접선거에 의해 구성한 현재의 입법국(국회)을 중국이 인정하지 않고 간접선거로 별도의 임시입법회를 구성해 두었기 때문이다. 임시입법회는 1년간 의회 역활을 하게 되어 있으며 오는 98년 홍콩특구 초대 의회선거가 있을 예정이다. 홍콩시민의 특징중 하나인 정치에 대한 무관심 또한 민주당의 입지를 더욱 위축시킬 것으로 보인다. 역대 선거중에서 가장 투표율이 높았던 지난 95년 입법국선거에서도 투표율은 35.8%에 불과했다. 언론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5월 홍콩중문대가 홍콩내의 22개 언론사 기자 5백5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약 절반이상이 최근들어 중국을 비판하는 기사를 쓰기를 꺼린다고 대답했다. 중문대 신문방송학과 陳韜文(진도문)교수는 『이는 홍콩언론인이 중국을 의식, 보도에 「자아심사」를 하는 것으로 반환후에는 사회전반에 이같은 자유의 위축현상이 더 일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홍콩〓정동우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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