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케이스 스터디]한국 다이소의 고속성장 비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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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원에 목숨 건 ‘1000원 숍’… 매출 1조 도전

DBR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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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이소아성산업 박정부 회장(69)은 1997년 5월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약 33m²(약 10평) 크기의 ‘1000원 숍’을 냈다. 첫 다이소 매장이었다. 박 회장은 하루 일정을 끝내고 저녁 때 매장을 찾곤 했는데 하루는 연인인 듯한 남녀가 매장 앞에서 다투는 장면을 목격했다. 여성은 구경하자고 하는데 남자가 “1000원짜리만 파는 데를 창피하게 왜 가”라며 여성의 팔을 잡아끌었다. 결국 남자 손에 이끌려 가게로부터 멀어지는 여성을 보면서 박 회장은 씁쓸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요즘 상황은 사뭇 다르다. 》

박 회장은 최근 매장에서 우연히 한 고객의 휴대전화 대화를 들었다. “나, 다이소 왔거든. 지금 쇼핑 중이니까 잠시 후 다이소에서 만나자. 커피숍 말고 다이소로 와.”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1호점 개장 이후 16년 만에 전국에 900개 가까운 다이소 매장이 생겼다. 이제 다이소는 싸구려 상품을 파는 곳이라기보다 2만5000여 가지에 이르는 다양하고 싼 제품을 둘러볼 수 있는 쇼핑의 즐거움을 주는 곳으로 변모했다. 균일가 상품 전략으로 성공한 다이소의 성공 요인을 DBR(동아비즈니스리뷰)가 집중 분석했다. DBR 131호(6월 15일자)에 실린 사례연구 기사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 일본 시장에서 살아남은 노하우

다이소의 강점인 상품개발 능력은 일본 다이소에 납품을 하며 키웠다. 초기 일본 다이소와의 사업은 쉽지 않았다. 일본 다이소의 야노 히로다케(矢野博丈) 회장은 100엔(약 1200원)짜리 제품이라도 품질이 떨어지면 눈앞에서 가차 없이 집어 던지곤 했다. 많은 업체가 납품을 시도했지만 야노 회장의 높은 기준을 통과하지 못해 거래가 끊겼다. 박 회장은 일본 다이소에 납품하기 위해 싸고 좋은 제품을 찾아 직접 전 세계를 발로 뛰었다. 남들은 싼 제품을 찾기 위해 중국으로만 향할 때 박 회장은 해당 제품을 가장 잘 만드는 국가를 찾아 20곳이 넘는 나라를 돌아다녔다. 해외 각국은 저마다 강점이 있는 상품들을 갖고 있다. 예를 들면 인도는 면제품과 스테인리스의 품질이 우수하고, 터키에는 유리 제품이, 포르투갈은 도기 제품, 브라질은 접시 등에서 경쟁력이 있다. 박 회장은 세계를 다니며 상품을 개발하고 업체를 관리해 지속적으로 상품을 공급받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한국 다이소의 모기업인 ㈜한일맨파워는 일본 다이소의 해외 물량의 3분의 1을 공급할 정도로 성장했다.

○ 다양한 상품 개발에 집중

다이소의 가격 파괴는 상품 개발에 역량을 집중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생산은 100% 아웃소싱하고 있다. 국내 생산 업체 및 중국, 동남아, 중동, 유럽 등 전 세계 28개국 2000여 개 협력사로부터 신상품을 공수해온다. 이 덕분에 다이소는 매월 600여 가지의 상품을 개발해 균일가로 내놓으면서도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다이소에서 파는 칫솔의 종류는 70가지에 이른다. 수세미는 100가지, 면봉만 40가지다.

○ 균일가 고집

다이소의 제품 가격대는 500원, 1000원, 1500원, 2000원, 3000원, 5000원의 6가지며 1000∼2000원 제품이 87%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균일가 판매사업은 원가에 이윤을 붙여 가격을 결정하는 일반적인 유통 사업과 기본 구조가 다르다. 예를 들어 어떤 제품의 구매 가격이 1000원이라면 다른 유통회사들은 여기에 이윤을 붙여 1100원에 팔 수 있지만 균일가 정책을 시행하는 다이소는 이렇게 판매하는 게 불가능하다. 납품가를 100원 깎거나 아니면 더 고급스럽게 만들어서 1500원을 받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렇게 물건을 파는 다이소의 이익률은 1%가 채 안 된다. 이익률 1%는 1억 원어치를 팔면 100만 원이 남는 수준이다. 다이소가 단가 10원에 목숨을 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번은 다이소가 플라스틱 바구니를 구매하는데 10원 때문에 6개월 동안 진전이 없었던 적도 있었다. 다이소 측은 구매 단가를 10원 깎기 위해 6개월 동안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협력업체가 손을 들었고 해당 제품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제품 단가를 낮추기 위한 노력은 눈물겹다. 우선 포장을 최소화하고 디자인을 단순화한다. 제품의 재질 변경을 요청할 때도 많다. 이 밖에도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가능한 모든 방법이 동원된다. 컵의 손잡이가 필요 없는 디자인이라면 과감히 손잡이를 없애 단가를 낮추는 식이다. 이렇게 화려한 디자인은 최대한 단순하게, 원자재는 비슷하지만 싼 것으로 변경하며 제품 가격을 유지한다.

○ 밝고 쾌적한 매장

단순한 상품개발 능력만으로 다이소의 고속성장을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다이소는 다양한 상품을 가지런하게 진열한 깨끗하고 밝은 매장 전략을 내세우며 고객을 매장으로 불러들였다. 국내나 해외 대부분의 균일가 매장에 가보면 창고 같은 느낌이 든다. 1000원짜리를 팔면서 디스플레이에 신경을 쓰는 건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 그러나 다이소는 매장 조명을 밝게 하고 고객 동선을 확보하기 위해 신경을 쓴다. 무작정 상품을 쌓아서 상품만 보이게 하는 방식에서 탈피해 진열대의 높이를 사람 키보다 약간 낮게 만들어서 고객의 시야를 확보해줬다. 상품군별로 분류해서 고객이 이해하기 쉽게 진열하고 야외용 위생용품이나 파티용품 등은 따로 표시를 해줬다.

이런 다이소의 전략은 고객들에게 쇼핑의 즐거움을 선사했다. 고객들은 필요한 물건만 사서 나가지 않고 다양한 볼거리를 보며 체류 시간을 늘렸다. 한 번 올 고객을 두 번, 세 번 방문하게 만들었고 부담 없는 가격으로 지갑을 열게 했다.

하지만 도전 과제도 적지 않다. 올해 매출 목표를 1조 원으로 잡은 다이소는 경기 용인시에 약 1000억 원을 투자해 물류센터를 건설했다. 다이소는 투자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리스크 관리 체제에 만전을 기해야 하며 지나치게 낮은 이익률을 높여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31호(2013년 6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무슬림 마켓’ 진출 전략 어떻게

▼ 스페셜 리포트


전 세계 인구 중 무슬림은 약 16억 명으로 추산된다. 2030년에는 이슬람이 세계 최대 종교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슬람 경제권은 현재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3%를 차지한다. 기존 신흥시장을 대체할 미래 시장인 셈이다. 30세 이하 인구 비중도 60%가 넘고 이슬람 여성들의 소비시장 역시 블루오션이다. 그런데 우리는 역사적으로 아랍과는 적대적인 이란 기업가에게 아랍인이냐고 묻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DBR는 131호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무한한 가능성이 잠재된 시장 무슬림 마켓 진출 전략을 소개한다.


이사회, 불황기에 왜 몸사리나

▼ MIT Sloan Management Review


기업의 이사회에는 기존 가치를 보호할 책임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책임, 두 가지가 있다. 안타깝게도 최근 상당수 기업의 이사회는 단지 위험관리에만 치중할 뿐이다. 기업이 자본지출을 꺼리며 미국에서만 1조5000억 달러를 쌓아두고 있는 현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위험중심 사고에 갇힌 반쪽짜리 이사회가 온전히 자신의 몫을 다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사회가 위험감독과 기회감독 사이에 불균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또 기업의 기회창출역량을 정직하게 평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조직 차원의 기회창출 역량 구성요소를 파악하고 이사회와 고위 경영진 간의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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