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창업실패 기업가정신으로 극복?… 정부가 나서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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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은 경제의 원동력이다. 이 순간에도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한 많은 신생 기업이 탄생하고 있으며 이 중에는 네이버, 다음카카오처럼 성장할 회사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상당수는 몇 년을 버티지 못하고 사라지는 운명에 처하는 게 현실이다.

대중매체와 소위 ‘경영 전도사’들은 창업에 따르는 실패와 시행착오가 새로운 도전과 성공을 가능케 하는 값진 교훈이며 디딤돌이라고 위로하곤 한다. 정말 도전은 실패로 끝나도 훗날의 성공을 위한 뼈와 살이 될까. 실제로 쓰디쓴 실패를 경험한 현역 기업인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2013년 영국 워릭대와 미국 인디애나대 공동 연구진이 사업 실패가 기업인에게 주는 영향을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연구진은 눈에 보이는 금전적 손실 외에 눈에 보이지 않고 복합적인 사회적 심리적 비용에 주목했다. 기존의 사회적 관계로부터의 단절감, 실패자라는 사회적 오명 등 사업 실패에 따르는 부정적 감정을 긍정 에너지로 승화시키는 데는 개인차가 있다. 실패를 배움으로 간주할 만큼 여유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기업인은 많지 않다. 또 실패에 실패가 거듭될 경우 극복 과정은 더 난해해진다.

기업인과 경영학자, 정부 모두 사업 실패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준비가 필요하다. 사업을 준비하는 사람은 실패 시나리오를 다각도로 설정한 후 그 결과를 상상해보고 대비해야 한다. 또 국가 정책 입안자들은 사업 실패를 개개인의 문제가 아닌 집단적 사건으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생활이 어려운 노약자와 고아들을 정부가 돌보는 것처럼, 실패한 기업인들이 느끼는 현실적 괴리감을 파악해 사회적 심리적 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사업 실패를 딛고 도약하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하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낭만적이다. 지나치게 비관적일 필요는 없지만 실패를 미화해서도 안 된다. 실패 극복을 주문하기 전에 실패의 본질이 무엇인지 깨닫는 노력이 필요하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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