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 지혜]창의적 발상엔 남과 다른 ‘나만의 이유’ 필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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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여직원이 많이 근무하는 기업에서 피아노를 소재로 몇 가지 조사를 했다. 20세에서 40세에 해당하는 여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달 이상 피아노를 배운 적이 있는 사람을 파악했더니 무려 87%에 달했다. 그런데 교습 경험이 있는 87%의 직원 중에 지금도 피아노를 치는 사람은 3%에 불과했다. 다른 기업에서도 몇 차례 조사를 했는데 그 비율은 대개 2∼5%였다.

많은 학생이 피아노를 배우지만 성인이 돼서도 종종 피아노를 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거액의 피아노를 할부로 들여놓고 뿌듯했던 것도 잠시, 피아노는 오랜 세월 외면당하다 고물로 팔리거나 공간만 차지하는 애물단지가 되기 일쑤다. 많은 가정에서 피아노를 사고 많은 아이가 피아노 레슨을 받지만 피아노 연주회에 유료 관객이 이렇게 적은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도 찾기 드물다. 도대체 우리는 왜 그렇게 열심히 피아노를 배웠던 것일까?

아이들이 피아노를 배우는 이유는 ‘옆집 아이가 배우기 때문’이다. 왜 배우는지 이유도 모르고 ‘남들이 배우니까’ ‘엄마가 시키니까’ ‘혼나지 않으려고’ 유행처럼 피아노를 배운다. 남들은 모두 학원을 다니는데 나만 다니지 않아도 좋을지, 많은 사람이 A 자동차를 타는데 나만 B 자동차를 타도 괜찮을지 걱정하는 이 불안감을 정신의학에서는 ‘분리불안(separation anxiety)’이라고 한다. 분리불안은 아이가 집이나 부모 등 주된 애착대상과 헤어질 때 느끼는 심한 불안이다. 아이는 부모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떼를 쓰고 심하면 학교 가기를 거부하기도 한다. 나이를 먹으며 대개는 없어지지만 어른이 돼서도 남들과 다른 선택에 병적으로 두려움을 느낀다면 분리불안이 아직 남아 있다고 봐야 한다.

창의적인 발상, 창조적인 행동에는 남들과 다른 나만의 무엇이 있어야 한다. 분리불안이 팽배한 상태에서는 어떤 행동을 꼭 해야 하는 나만의 이유가 들어설 수 없다. 나만의 이유가 없다면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없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창조는 불가능하다.

우종민 인제대 서울백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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