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경제]뇌섹남녀 가려내는 돌발질문에, 1대10 토론배틀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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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우·경제부
박민우·경제부
흔히 은행권의 조직 문화를 두고 폐쇄적이고 보수적이라고들 말합니다. 하지만 보수적인 뱅커가 요즘처럼 급변하는 금융 환경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그래서인지 은행권이 원하는 인재형도 바뀌고 있습니다. 또 번뜩이는 재치와 순발력을 갖춘 인재를 뽑기 위해 면접전형까지 바꾸고 있습니다.

하반기(7∼12월) 은행권 공채가 한창인 요즘 신한은행은 서류전형 합격자 1200여 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2일까지 경기 용인시 기흥연수원에서 1차 실무자 면접을 진행했습니다. 올해 응시자들은 독특한 면접을 거쳤습니다. 면접이 진행되는 도중에 갑자기 황당한 내용의 질문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옵니다. “지금부터 ‘돌발 면접’을 실시하겠습니다. 오늘은 10월 30일 금요일입니다. 오늘 하루 동안 신한은행에서 거래되는 총 거래금액은 얼마일까요.”

신한은행에 따르면 해당일의 총 거래금액은 약 458조 원이었습니다. 로또보다 맞히기 힘든 문제에 당연히 정답자는 없습니다. 하지만 면접관의 기억에 남는 답변이 있습니다. 한 응시자는 26개 알파벳을 숫자 1∼26과 매칭시켜 ‘Customer(고객)’를 숫자로 바꾼 뒤 1000만 고객 유치를 염원하는 뜻에서 ‘천만 원’을 붙여 ‘32,119,201,513,518천만 원’이라는 답을 제시했다고 합니다. 짧은 시간에 이런 창의적인 답을 내놓은 지원자는 분명 ‘뇌섹남녀(뇌가 섹시한 남녀)’일 겁니다.

신한은행은 이밖에 “오늘 여러분은 신한은행 본점에서 버스를 타고 기흥연수원까지 이동하셨습니다. 버스의 탄소배출량은 얼마나 될까요” “오늘 점심에 섭취한 칼로리 양은 얼마인가요” 등의 돌발 질문을 지원자들에게 던졌습니다. 지원자의 논리와 순발력을 평가하기 위해 ‘1 대 10 토론’을 시키기도 했습니다.

시중은행들은 외부 환경의 변화에 발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다양한 인재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핀테크가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이공계 출신을 앞다퉈 뽑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은행권 문을 두드리기 위해서는 글로벌 감각도 필요합니다. 우리은행은 올 하반기 공채에서 처음으로 영어면접을 도입했고, KB국민은행도 해외 진출 지역의 언어를 구사하는 지원자를 우대하고 있습니다.

박민우·경제부 minwoo@donga.com
#뇌섹남#뇌섹녀#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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