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일과 삶]K2코리아 정영훈 사장… “암벽등반처럼… 경영은 정성과 집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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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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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밍 어렵지만 안전… 지금 당장 오르는데 급급하면
나중에 힘 부쳐 못오르게 돼… 한국 아웃도어 전망 “포에버”

21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2가에 있는 K2코리아의 C&F센터에서 클라이밍을 즐기던 정영훈 사장이 환하게 
웃고 있다. 그는 “단기 성과를 내기 위해 원칙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클라이밍 원칙은 경영의 원칙과 매우 흡사하다”고 
말했다. 서영수 기자
21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2가에 있는 K2코리아의 C&F센터에서 클라이밍을 즐기던 정영훈 사장이 환하게 웃고 있다. 그는 “단기 성과를 내기 위해 원칙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클라이밍 원칙은 경영의 원칙과 매우 흡사하다”고 말했다. 서영수 기자
잘생긴 근육질 사나이가 10m 높이의 수직 벽을 마치 손과 발이 벽에 붙은 것처럼 성큼성큼 오른다. 손바닥에서 거미줄이 발사된다면 영락없는 ‘스파이더맨’이겠지만 그와 처음 맞잡은 손에서는 거미줄 대신 운동으로 다져진 굳은살이 느껴졌다. 아웃도어 전문업체 K2코리아의 정영훈 사장(41)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암벽등반(클라이밍) 마니아다. 그가 소유한 서울 성동구 성수2가의 7층짜리 K2 매장 겸 C&F(Climbing & Fitness)센터에는 2, 3층에 걸쳐 국제경기 개최도 가능한 수준의 대형 클라이밍장이 있을 정도다.

○ “가장 안전하면서 가장 어려운 스포츠가 클라이밍”

21일 오후 C&F센터에서 만난 정 사장은 이미 땀을 흘리며 인공암벽을 오르고 있었다. 2009년 10월 문을 연 이곳은 난도가 가장 낮은 수직 벽뿐만 아니라 여러 경사도의 인공암벽을 갖추고 있다. 이날 그가 선택한 ‘홀드’(암벽을 오를 수 있도록 돌출돼 손으로 잡거나 발로 밟을 수 있는 구조물)는 분홍색. 클라이밍 규칙 가운데 하나는 이것저것 모든 홀드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한 번 선택한 색깔의 홀드만을 이용해 올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천장까지 오르는 데 걸린 시간은 10초가 채 안됐다. 고개를 90도로 들고 정 사장을 보니 이미 “완료”라고 외치고 안전로프를 이용해 점프하며 내려오고 있었다.

“대부분은 추락에 대한 공포 때문에 클라이밍을 위험한 스포츠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도 동작이 다양하거나 크지 않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오르는 것을 보면 쉽다고 여기죠. 하지만 클라이밍은 가장 안전한 스포츠이면서 가장 어려운 스포츠입니다.”

그는 클라이밍은 화려하게 뭔가를 보여주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암벽을 오를 때는 동작을 작게 해야 하고 홀드를 잡고 버티는 손가락 힘이 중요한데 이런 것들은 남들에게는 잘 보이지 않기 때문. 정 사장의 경영스타일도 이와 비슷하다.

○ 장기 비전을 향해 뚜벅뚜벅 걷는 K2코리아


정 사장은 K2코리아에 대해 “남들 모르게 소리 소문 없이 잘하는 기업”이라고 했다. 지금 당장 획기적인 성과를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미래를 보고 장기적인 준비를 잘한다는 것이다. 최근 아웃도어업체들이 급성장하면서 영역을 급속도로 확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단기 매출을 높이기 위해 원칙과 가치를 포기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클라이밍도 마찬가지지만. 지금 당장 오르는 데 급급하면 정작 나중에 어려운 경사에 도전할 때는 힘이 축적되지 않아 못 오르게 됩니다.”

정 사장은 회사의 매출을 계산할 때에도 보여 주기식 관행을 거부한다. 많은 기업은 판매가격을 기준으로 매출을 부풀려 계산하지만 K2코리아는 정 사장의 지시에 따라 공장출고가를 기준으로 매출을 산정한다. 2010년 K2코리아의 매출 목표는 2500억 원. 다른 기업들이 하는 방식으로 매출을 산정하면 3000억 원이 넘는 셈. 정 사장은 “많은 직원 앞에서 50세가 되는 해에 매출 1조 원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며 “앞으로 9년 남은 만큼 차분히 준비해 목표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 아웃도어 시장 가능성 ‘포에버’

원래 ‘운동광’이었던 정 사장이 클라이밍을 선택한 것은 2008년. 당시에는 현재 C&F센터 자리에 물류센터가 있었다. 이 물류센터를 지방으로 확대 이전하면서 공간 활용 방안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정 사장이 직원들에게 제시한 기준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고객들과 소통할 수 있어야 하며 사회 환원의 의미를 가진 시설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최종 선택한 것이 클라이밍장이다. 단순히 시설만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라 정 사장도 직접 뛰어들어 현재 중급 이상의 실력을 갖추게 됐다.

정 사장은 “이달 초 프랑스 샤모니 지역의 몽블랑 3800m 고지에서 자연암벽 등반을 하고 왔다”며 스마트폰으로 찍은 인증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로프에만 의존해 암벽을 오르는, TV 광고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을 스스로 경험하고 온 것이어서 당시 감동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 듯했다. 그는 “1년 이상을 인공암벽만 오르다가 처음으로 자연암벽을 올랐다”며 “앞으로 국내 자연암벽에도 도전해 볼 생각”이라고 했다. 그에게 클라이밍은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생각을 접할 수 있는 통로이기도 하다. C&F센터에 찾아오는 사람이 매일 80∼100명에 이르고 클라이밍 수업을 듣는 사람도 330명에 이르기 때문이다.

‘아웃도어의 성장세가 어느 정도 지속될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그는 평소 수없이 생각한 질문인 듯 “포에버”라고 했다.

“우리나라만큼 지리적으로 산에 대한 접근성이 좋은 곳은 없어요. 외국의 경우 산에 오르기 위해서는 모든 장비를 갖추고 가이드가 있어야 갈 수 있는 환경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웬만한 산은 개인적으로 쉽게 갈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앞으로 아웃도어가 성장할 여지가 크다고 봅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이지현 인턴기자 경북대 전자공학부 4학년
■ 정영훈 K2코리아 사장은


―1969년 출생

―1988년 중동고 졸업

―1996년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1997년 K2코리아 입사

―1999∼2002년 K2코리아 전무이사

―2003년∼ K2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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