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국내 제약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 시장을 개척하려는 제약회사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 ‘영업’ 중심이던 제약회사의 채용 문화가 바뀌고, 큰 무대에서 활동하려는 구직자들의 지원도 늘어나고 있다. 5월 한미약품에 입사한 새내기 사원 강훈 씨(28)와 조혜미 씨(23·여)는 “세계무대 진출의 주역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약회사 입사를 결심했다”며 “대부분의 제약회사들이 글로벌 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만큼 그에 걸맞은 인재라는 점을 알려야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다”고 조언했다.
○ 원하는 분야에 ‘다걸기’
한미약품 영업부에서 일하고 있는 강 씨는 일본에서 대학교를 졸업했다. 고등학교까지 한국에서 마친 그가 일본행을 선택한 것은 ‘건강’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강 씨는 “어릴 때부터 잔병치레가 많아 건강과 관련된 전공을 선택하기로 마음먹었다”며 “약물요법, 식이요법 등 ‘건강운동과학’이 가장 발달한 곳이 일본이라서 유학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일찌감치 제약업계로 진로를 정한 강 씨는 졸업을 1년가량 앞둔 2008년 9월부터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인터넷을 통한 기사 검색과 정보 수집은 기본. 국내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부탁해 한국 제약산업과 관련된 정보를 받아 봤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진출’이라는 한미약품의 목표와 자신의 목표가 부합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영업업무를 통해 제약시장의 흐름과 시스템을 배운 후 글로벌 비즈니스 업무를 하고 싶다. 이를 위해 영어와 일본어 외에도 독일어와 중국어를 공부하고 있다”는 내용을 자기소개서에 담은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강 씨는 “다른 분야 기업에 원서를 낸 적도 있었지만 내가 봐도 지원 동기가 궁색하기만 했다”며 “자신이 진정 원하는 분야를 정했다면 그 분야에 ‘다걸기’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즉시 전력감’이라는 것을 알려라
약학을 전공한 조 씨는 자기소개서에 “고등학교 2학년 때 과학동아에서 본 신약 개발 기사에 매료되어 약학 전공을 선택했다”며 “약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부터 한미약품에 대해 알고 있었고, 신약 개발의 가능성이 높은 한미약품에 지원하게 됐다”고 적었다. 약학을 전공한 지원자는 많았지만 조 씨처럼 “왜 약학을 전공했고, 한미약품에 왜 입사하려 하는지”까지 설명한 지원자는 적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조 씨는 “회사와 일에 대한 애정이 많다는 것을 먼저 설명하려 했다”며 “신입사원이지만 바로 업무에 투입하더라도 제 몫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렸다”고 설명했다.
현재 글로벌전략팀에서 라이선스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조 씨는 “전공 외에도 1년의 어학연수를 통해 해외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는 점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며 “면접관들에게 ‘글로벌전략팀에 맞는 인재’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부서에 가도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는 것도 좋지만, 특정한 분야에서 준비된 인재라는 점을 알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며 “원하는 기업에서도 가고 싶은 부서를 정한 뒤 자기소개서부터 맞춤형으로 작성하는 것이 좋다”고 귀띔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인사담당자 한마디
한미약품은 공부만 잘하는 지원자보다 진취적인 인재를 원한다. 이런 면에서 두 사람은 전형 과정 내내 회사가 바라는 모습을 보여줬다. 일본 유학 생활의 경험과 세계 시장에 대한 포부, 제약업에 대한 열정을 담아 작성한 강 씨의 자기소개서는 “성실하고 가능성이 높은 인재”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 “세계 시장에 진출해 국내 제약 역사를 새로 쓰고 싶다”는 조 씨의 말에 면접관들은 적극성과 도전정신을 갖춘 인재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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