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희 소장의 즐거운 인생 2막]‘나만의 주특기’ 만드세요

  • 입력 2009년 6월 10일 02시 51분


정년후 재취업 원한다면…

“그 사람 주특기가 뭐지요? 지금 우리 회사는 인사 분야에서 노동조합을 10년 이상 담당해본 경험자가 필요한데….” 최근 명예퇴직을 한 업계 후배의 재취업을 알선해보려고 한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에게 전화했다가 받은 질문입니다. 나는 그 후배가 아주 성실하고 인간관계도 원만한 사람임을 강조했는데 그쪽의 질문은 구체적으로 그 사람의 ‘주특기’가 무엇이냐고 물었던 것입니다.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사이인데도 그 후배의 주특기가 금방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일류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한 뒤 이 부서 저 부서 두루 경험을 해 경력은 화려한데 마땅히 내세울 만한 주특기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 후배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그 회사에서 당신의 주특기가 뭐냐고 묻는데 뭐라고 대답해줄까”라고 묻자 그 후배는 “제 주특기가 뭐지요”라고 오히려 묻더군요. 저는 “이 사람아! 당신 자신도 모르는 주특기를 내가 어떻게 아나”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용정년 후에 재취업을 하는 데 체면을 버리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주특기입니다. 고령세대를 채용하려는 회사들은 그가 과거에 어떤 높은 자리에 있었느냐보다 어떤 일을 잘할 수 있느냐를 중시하기 때문이죠. 여기에서 주특기라고 하면 많은 분이 고도의 전문지식이나 능력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사소하게 생각되는 능력이라도 남다른 점이 있으면 됩니다.

30여 년 전 제가 다니던 회사에 환갑이 넘은 교환원 아주머니가 있었습니다. 당시에 여직원들은 결혼과 동시에 회사를 그만둬야 했죠. 하지만 이분은 회사에서 붙잡아서 65세까지 근무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목소리가 예쁘고 상냥한 데다 기억력이 비상하게 좋았기 때문입니다. 타고난 것도 있었겠지만 본인의 노력이 더 컸다고 생각합니다.

이분은 전화를 걸어 누구를 바꿔 달라고 하면 그 사람이 자리에 없더라도 곧바로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이 갈 만한 부서 몇 곳에 연락해보고 그래도 없을 때는 몇 시에 들어오는지를 확인해 알려준 뒤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런 성의가 그분을 65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여의도 어느 공공기관에 근무하던 수위 한 분은 그 기관의 대리급 이상 직원 몇백 명의 이름과 소속부서, 출신학교 등을 줄줄 외운다고 해서 화제가 된 일이 있었습니다. 고도의 지식이나 전문 능력만을 주특기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걸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장

정리=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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