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지금은 ‘주가 하락하기 힘든 이유’ 찾는게 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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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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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년 사이 지구촌은 무서운 세 번의 대지진을 경험했다. 2008년 5월 중국 쓰촨 지방의 대지진에서부터 올해 1월 아이티, 그리고 2월에 칠레 산티아고 대지진까지 비교적 짧은 기간에 곳곳에서 큰 지진이 일어났다. 그럴 때마다 한국도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얘기가 나온다. 사실 한반도에도 리히터 규모 3 이하의 지진은 제법 발생한다. 대부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약하기 때문에 지진이 없나 보다 하고 넘어갈 따름이다. 지질학자들은 지구상에서 지진의 안전지대는 없다고 말한다. 규모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런데 집이 무너질 세기인 리히터 규모 7 이상의 대지진이 발생하면 상당 기간 여진이 이어진다. 지진을 일으킨 지각의 충돌이나 변형이 가라앉기 위한 숨고르기를 위해서다.

그리스 문제가 가라앉을 만하니 이제 헝가리가 평지풍파를 일으킨다. 여기에 미국의 실업자 수가 많아지고 경기선행지수가 꺾였다는 소식에 글로벌 증시가 또다시 요동을 친다. 환율이 치솟고 주가가 속절없이 떨어진다. 사방을 둘러봐도 낙관론을 뒷받침할 만한 재료를 찾기 힘들다. 겁이 난다기보다는 짜증스럽다. 보슬비에 옷 젖는다고 작은 사건들이 끊임없이 불거져 투자심리를 축내다 보면 나중에는 증시가 제풀에 주저앉을지도 모를 일이다. 권투에서 강한 펀치 한 방에 다운되면 선수가 금방 일어날 수 있지만 잽을 오랫동안 맞아 체력이 약해지면 가벼운 펀치에도 완전히 뻗는다.

대부분 금융위기라고 하면 최근 2년으로 국한해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7년부터 13년을 합쳐 보면 지금 겪고 있는 위기가 글로벌 금융역사에서 전대미문의 대지진기라는 사실이 확연히 드러난다. 1997년의 아시아 금융위기에서 1998년 러시아 국가부도 사태와 미국의 LTCM 파산, 그리고 2000년의 닷컴 거품 붕괴에서 2007년 부동산 및 원자재 가격 급등에 이어 2008년의 미국과 유럽의 금융위기까지…. 12년 사이에 이렇게 잦은 대형 금융지진이 연속해서 발생한 예가 없었다. 지정학적으로 보면 아시아에서 시작해 미국을 경유한 뒤 유럽까지 돌았다. 거대한 파장인 만큼 당연히 여진이 뒤따른다.

그래서 시장이 지쳐 있고 투자자들은 날카롭다. 미국 시장은 한국 시장 보고 놀라고 한국 시장은 다시 미국 시장 보고 놀란다. 그런데 놀라는 기간과 폭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무엇보다 사상 유례가 없는 ‘유동성’이란 완충장치가 금융시장 바닥에 두껍게 깔려 있다. 지금은 주가 하락의 이유를 찾기보다는 하락하기 힘든 이유를 찾는 것이 현명한 투자가의 자세일 것 같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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