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확산? 진화? 갈림길에 선 그리스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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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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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국가 부채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시한폭탄으로 등장했다. 수개월 전부터 연기가 나더니 드디어 불길이 창밖으로 비친다. 유로지역은 비상시국이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주 잡지의 표지 제목을 ‘Acropolis now(지금 아크로폴리스는)’라고 뽑았다. 그리스의 유명 사적지 아크로폴리스를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지옥의 묵시록(Apocalypse Now)’에 빗댄 표현이다.

신용평가기관의 평가에 의하면 그리스는 사실상 국가부도 상황이다. 덩달아 포르투갈과 스페인 심지어 이탈리아까지 굴비 엮듯이 줄줄이 도마에 오른다. 그러나 문제가 되고 있는 그리스 국가부채 규모는 사실상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수준이다. 3년에 걸쳐 넉넉잡아 1500억 달러 정도면 해결이 가능하다. 일단 2일 그리스 지원대책에 대한 총론은 합의됐다. 하지만 아직 불안요인은 많다. 독일 의회의 승인이 남아 있고 그리스 국민이 뼈아픈 자구 노력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 와중에 독일과 그리스의 감정싸움도 점입가경이다. 개미와 베짱이의 우화다. 독일 국민들은 안 먹고 안 입고 어렵게 돈을 벌었는데 흥청망청 낭비하다 빚더미에 앉은 베짱이 같은 그리스를 도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독일 일간지는 그리스 복지 시스템이 독일보다 얼마나 좋은지 비교 기사를 싣고 있다. 국가부도가 임박한 상황에도 복리후생비를 깎을 수 없다고 파업하는 그리스 공무원과 노동조합의 행태도 독일인들에게는 좋은 안줏거리다. 반면 그리스는 적반하장이다. 유럽문화의 정신적 지주인 그리스는 명예로운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 때 그리스에 한 몹쓸 짓에 비해 너무 인색하게 군다고 핏대를 세운다.

일부에선 그리스 사태를 리먼 브러더스 사태에 견준다. 극적인 타결이 되었지만 결국 불길이 유로지역 전체로 번져 금융 중심지인 영국까지 위협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 단계에 이르면 글로벌 경제는 또 다른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반면 일부에선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일단 합의가 됐으니 독일 의회가 결단을 내리고 그리스가 개과천선하면 이쯤에서 사태가 진화될 수 있다고 본다.

과거 중북부 유럽은 피레네 산맥(프랑스와 스페인 국경) 이남을 유럽이 아닌 아랍이라고 비꼬았다. 누가 봐도 지중해 연안 남부 유럽은 낙천적이다. 근면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그러나 아직 상황은 절망적이지 않다. 모든 것은 정치적 의지에 달렸고 금융시장은 심리가 지배한다. 유럽 지도자들이 상식적인 판단을 한다면 그리스 사태는 피레네 산맥을 넘어 전 유럽으로 확대되지 않을 수 있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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