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경기회복 속도와 방향, 주도주-소외주 가른다

  • 입력 2009년 9월 12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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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중반부터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세계 증시를 이끌던 주도주는 ‘부피가 크고 무게가 꽤 나가는’ 업종이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설비투자가 세계경기의 핵심 엔진이었기 때문이다. 이때 철강화학이나 해운, 조선업 경기가 활기를 띠었고 이를 반영해 주가도 활발하게 올랐다. 하지만 2007년 말 이들 산업의 주식은 점차 활기를 잃기 시작했고 지난해 금융위기로 말미암아 소외주로 전락하고 말았다.

지금 세계 각국이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부으면서 경기가 수습되는 모습을 보이지만 근본적으로 경기를 어떻게 되살리느냐 하는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위축된 민간소비의 불씨를 어떻게 살리느냐가 첫 번째 과제이고, 경제에 충격을 적게 주면서 시중에 풀린 돈을 어떻게 거둬들이느냐는 것이 두 번째 과제다. 이 두 과제를 짚어보면 앞으로 주도주와 소외주의 움직임을 예상해볼 수 있다.

첫째, 지금까지 불어난 통화는 경기회복과 맞물려 어느 정도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지만 경제 전반에 공급 과잉의 기미가 있어 당장 물가가 경기의 발목을 잡을 것 같지는 않다. 증시를 위협할 악재는 과소 수요이지 금리인상 등의 직접적 출구전략이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증시 주변은 여전히 유동성이 풍부하고 실물경기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치를 뛰어넘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당분간 평범한 실적주보다는 미래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성장주가 오히려 유리하다.

둘째, 예상보다 경기가 빨리 회복된다고 해서 모든 업종, 모든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다. 금융위기로 일시 위축됐던 경쟁기업들의 가동률이 다시 오르고 각국 기업의 구조조정이 흐지부지된다면 국내 수출기업의 경영환경도 계속 좋을 수만은 없다. 경기가 어지간히 초호황으로 회복되지 않는 한 모든 주식이 오르기는 쉽지 않다는 뜻이다.

셋째, 예상보다 경기가 부진하다면 기업들은 당연히 공격적인 경영을 접고 선택과 집중에 주력할 것이다. 기업들은 앞 다퉈 기존의 성숙된 사업부문을 보완할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을 것이고 정부는 이들에게 강력한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이다. 지금 기업과 정부는 에너지 효율과 관련된 글로벌 패러다임 확보에 공통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주식시장은 늘 주도주와 소외주가 양지와 음지처럼 순환하기 마련이다. 과거의 주도주가 오늘의 소외주로 전락하고 애물단지였던 주식이 효자로 등극한다. 대개 주도주는 조용히 태동해 탄탄히 성장하며 상승세를 굳혀간다. 주도주가 속한 산업은 장기간에 걸쳐 성장하고 이번이 아니더라도 차후에 다시 뜰 기회가 온다. 다만 앞으로 경기는 기업의 양적 성장보다는 기존 사업의 융합과 파생, 혁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따라서 주도주는 훨씬 범위가 좁고 까다로우며 과거와는 차별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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