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 윈도]찬바람에 떠는 고급침구 몸값 낮추고 홈쇼핑 노크

  • 입력 2008년 10월 23일 02시 58분


어느덧 완연한 가을입니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두툼한 이불과 침구가 요즘 홈쇼핑 효자 상품이라고 합니다. 그 가운데서도 10만 원대를 훌쩍 넘는 고가(高價) 침구가 잘 팔린다고 하네요.

GS홈쇼핑이 16일 방송한 ‘앙드레김 스페셜 에디션 침구’의 가격은 29만9000∼45만9000원에 이릅니다. 과거 홈쇼핑 침구 제품이 5만∼6만 원대 극세사 이불 위주였던 것에 비하면 무척 비싼 거죠. 하지만 방송 1시간 만에 1200세트나 팔려나가 매출이 4억5000만 원에 달했다고 합니다.

예비신부들에게 인기가 높은 침구 및 가구 브랜드인 까사미아도 이달 초 이 홈쇼핑을 통해 ‘까사온 바이 까사미아’라는 홈쇼핑 침구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기존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려면 50만 원은 족히 줘야 하는 제품이지만 홈쇼핑에선 19만9000원이면 살 수 있습니다. 이브자리 역시 ‘아뜨리앙’이라는 이름으로 홈쇼핑 제품을 내놓았습니다.

고급 침구회사들이 왜 홈쇼핑으로 몰려드는 걸까요.

기존에 없던 수요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입니다. 값비싼 침구세트는 혼수나 선물로 팔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점점 독신가구와 알뜰 혼수족(族)이 늘면서 혼수시장도 예전 같지 않아진 것이죠.

결국 고급 침구회사들이 가격을 크게 낮추고 새로운 소비자를 찾아나선 것입니다. 실제로 까사미아에 따르면 홈쇼핑을 통해 자사(自社) 제품을 산 소비자의 상당수가 20, 30대 미혼여성이었다고 합니다.

물론 고급 침구회사들도 어렵게 쌓아올린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홈쇼핑 진출을 결정하는 게 쉽진 않았다고 합니다. 까사미아는 공정을 단순화해 비용을 낮췄을 뿐 홈쇼핑 제품도 100% 국내에서 제작하는 등 품질은 똑같다고 강조합니다.

침구에 대한 소비자들의 씀씀이는 경기에 따라 매우 달라진다고 합니다. 요즘처럼 어려울 땐 집안 분위기를 바꾸고 싶어도 수백만 원에 이르는 가구보다는 10만∼20만 원이면 살 수 있는 침구를 선호한다고 하는군요.

침구회사들이 ‘불황일 때 강하다’는 홈쇼핑을 택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네요.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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