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경제뉴스]사모펀드는 왜 여론의 뭇매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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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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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자산으로 ‘인수 빚’ 갚고 고배당… 불신 키워

《 최근 우리금융지주의 매각 작업이 또 무산됐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사모펀드(PEF· Private Equity Fund)에 대한 부정적 여론 때문이라는 평이 많습니다. 왜 사모펀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생긴 것일까요? 》

펀드는 자산관리 전문가가 자산 보유자 대신 국내외 투자자산(채권, 주식, 외환, 원자재, 부동산 등)에 대한 투자를 대행해 주는 금융상품을 말합니다.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돈을 모으는 공모(公募)펀드와 소수의 거액 투자자로부터 돈을 모으는 사모(私募)펀드로 나뉘죠. 미국에서는 1970년대부터 사모펀드가 등장했고 국내에서는 2004년 사모투자전문회사제도 도입을 위한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습니다. 2004년 12월 1400억 원 규모로 조성돼 2010년 5월 청산된 미래에셋파트너스 1호가 효시로 꼽힙니다.

사모펀드는 펀드 규모의 10% 이상을 한 주식에 투자할 수 없는 공모펀드와 달리 자유로운 운용이 가능합니다. 주로 특정 기업을 인수해 기업 가치를 높인 뒤 주식시장 상장(IPO), 분사, 인수합병(M&A) 같은 방식으로 수익을 올립니다. 사모펀드의 대표적 기법인 차입매수(LBO·leveraged buy-out)는 M&A 대상 기업의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해 회사를 합병한 뒤 회사 자산을 팔아 빌린 돈을 되갚는 방식을 말합니다. LBO 과정에서 인력 구조조정을 비롯한 비용 절감, 수익창출 노력 등이 더해지면서 해당 기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지만 빚으로 특정 회사를 인수한 다음에 그 회사가 보유한 자산으로 빚을 갚고 높은 배당을 통해 사모펀드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돌려주는 구조여서 ‘금융기법을 가장한 사기’라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6월 말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우리금융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했을 때 MBK파트너스, 티스톤파트너스, 보고펀드의 3개 사모펀드만 참여했습니다. 우리금융이 자산규모 291조 원으로 국내 최대 금융지주사라는 점, 사모펀드가 최소 4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인수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점 등 때문에 매각이 가능할까라는 우려가 많았습니다. 특히 7월 초 외환은행의 최대주주인 미국 사모펀드 론스타가 금융당국의 경고에도 거액의 중간배당을 챙겨가면서 사모펀드에 대한 반감은 더욱 높아졌죠. 7월 1일 외환은행 이사회가 의결한 주당 1510원의 중간배당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실시한 배당 중 가장 큰 금액으로 지난해 연간 배당액인 주당 1085원보다도 50%가량 많습니다. 론스타의 2006년 이후 평균 배당성향(순이익 중 배당금의 비중)은 45.4%로 같은 기간 시중은행들의 3배에 이릅니다. 더구나 최근 외환은행의 총자산 기준 시장점유율 및 외화대출 실적은 론스타의 인수 전인 2003년 말보다 크게 떨어지는 성적표가 나왔습니다.

론스타의 거침없는 이익 챙기기와 외환은행 실적 부진은 사모펀드에 우리금융을 넘기는 일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더 키웠습니다. 태생적으로 단기차익을 노릴 수밖에 없는 사모펀드가 공공재의 성격이 강한 은행을 인수하면 국내 금융업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 역시 커졌습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국민주 방식으로 우리금융을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기도 했습니다.

결국 17일 마감된 우리금융 예비입찰에는 MBK파트너스만 참여했습니다. 2개 이상의 입찰자가 나서지 않아 우리금융의 매각은 지난해 말에 이어 또 무산됐습니다. 그 밑바탕에는 사모펀드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이 자리 잡고 있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4월 국회의원 총선거와 12월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어 우리금융 민영화와 같은 대형 거래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전망도 많습니다. 사모펀드에 대한 일반의 부정적 판단에 굵직한 정치 일정이 겹쳐 우리금융 민영화가 이번 정부에서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것이죠.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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