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경제뉴스]국내 발행 외화조달채권 규제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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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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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차익 노린 김치본드 많아… 단기외채 급증 우려

《 정부가 최근 김치본드 발행을 제재하려고 한다는 얘기가 신문에 자주 나오고 있습니다. 김치본드는 무엇이고, 김치본드를 발행하면 단기외채가 왜 늘어나는 건가요? 》

채권은 기업들이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일종의 차용증서입니다. 채권은 어디서 발행하는지, 또 어떤 통화로 발행하는지에 따라서 여러 가지 종류로 나뉩니다. 예를 들어 국내 기업들이 외국에서 외화를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은 통화에 따라서 ‘양키본드’(달러화), ‘사무라이본드’(엔화), ‘판다본드’(위안화) 등으로 불립니다.

하지만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지 않고 국내에서 채권을 발행해 외화를 조달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국내에서 외화를 조달하기 위한 국내 발행 외화 채권을 통틀어서 ‘김치본드’라고 부릅니다.

‘김치본드’는 미국의 투자은행 베어스턴스가 2006년 5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한 것이 처음입니다. 당시 김치본드는 채권을 사는 국내 투자자들과 국내 및 외국 기업 모두에 이득이 되는 채권으로 각광을 받았습니다.

김치본드를 발행하는 기업들은 주로 외화를 필요로 하는 국내 수출기업들이나 외국 기업들입니다. 김치본드를 통해 국내에서 직접 외화로 자금을 조달하면 원-달러 환율 변동에 따라 생길 수 있는 손실을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너무 빨리 오르거나 내리는 것을 걱정했던 정부에도 김치본드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습니다. 수출이 수입보다 많아 경상수지 흑자를 보고 있는 한국에는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가 넘치면 원화가치가 너무 빨리 올라가고 이는 국내 수출기업들의 가격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김치본드를 발행해서 외국 기업들이 이자를 내고 국내에 남아도는 달러를 가져가면 이런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을 걱정할 필요도 없게 되고 이자까지 벌게 되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최근 들어서 국내 기업들이 김치본드를 편법으로 발행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김치본드는 골칫거리로 바뀌게 됐습니다. 국내 기업들이 김치본드를 발행해 외화를 조달한 뒤에 이를 다시 원화로 바꾸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최대 0.25%에 불과해 달러화로 발행하는 김치본드 금리는 2∼3% 정도입니다. 반면 원화로 발행하는 회사채 금리는 4%가 훨씬 넘습니다. 결국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김치본드를 발행해 낮은 금리로 외화를 조달한 다음 이를 원화로 바꾸면 환전 수수료를 내더라도 국내에서 원화 채권을 발행할 때 내야 하는 금리보다 적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습니다.

김치본드는 외화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기 때문에 원화로 바꾸는 것을 제한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이런 금리 이득을 보기 위해 편법으로 김치본드를 발행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 정부의 지적입니다.

김치본드로 조달한 외화를 원화로 바꾸는 것은 불특정 다수 투자자에게 채권을 매각하는 방식인 공모채권 발행에만 허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김치본드를 발행하는 기업들 가운데 상당수가 실제로는 2, 3곳의 미리 약속한 기관에만 김치본드를 매각하는 사모 발행을 하면서 겉으로는 공모채권 발행인 것처럼 꾸미고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국내 기업들이 원화를 조달하기 위해 너도나도 김치본드를 발행하면서 외국계 은행들이 여기에 투자하기 위해 해외에서 빌려오는 달러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외국에서 빌려오는 달러가 늘어나면 원-달러 환율이 하락(원화가치 상승)합니다. 또 세계 경제가 주춤할 때 국내에서 한번에 빠져나가는 외화가 늘어나면서 과거 외환위기와 같은 금융위기가 올 수도 있습니다. 정부가 김치본드를 원화로 바꾸는 편법 발행을 차단하는 정책을 내놓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입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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