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재룡의 펀드 이야기]고령화사회 노후자금 마련 필수

  • 입력 2008년 5월 6일 03시 00분


매년 5월이 되면 아이펀드, 어린이펀드라는 말이 유행한다.

한데 어린이펀드는 따로 만들 필요가 없는 상품이다. 아이들의 교육비를 마련하기 위해 어린이펀드를 찾기보다는 그냥 일반적인 펀드를 찾아서 가입하면 된다. 오히려 어린이펀드는 규모도 작고 수익률도 다른 펀드들보다 저조한 경우가 많다.

물론 어린이펀드에 가입하면 경제교육 캠프에도 참가할 수 있고 아이들이 읽을 수 있도록 쉽게 풀어쓴 자산운용보고서도 받아볼 수 있는 등 장점도 있다. 영국, 미국과 같은 일부 국가에서는 자녀 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펀드에 가입하면 많은 세제혜택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어린이펀드에 대한 정부 지원이 거의 없는 상태다.

그동안 많은 투자자에게 재무상담을 해주면서 재미있는 점을 발견했다. 자녀의 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미리 계획을 짜고 10년 내지 20년간 꾸준히 투자하려는 부모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부모가 펀드 투자를 통해 경제교육을 시켜주려고 어린이펀드에 가입하지, 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펀드에 가입하지는 않는다. 자녀들의 학자금은 필요할 때마다 마련하는 게 일반적이다.

자녀 교육 때문에 미국으로 이민 간 사람들 중 일부는 자녀들의 대학 등록금 마련용 개인연금에 가입하길 꺼린다고 한다. 미국 금융회사 직원들은 한국 출신 이민자들이 자녀교육 자금을 구체적인 계획 없이 대충 메워나가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그런데 어린이펀드보다 더 시급한 일이 많다. 가장 중요한 일은 자신의 노후자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2020년부터 인구가 줄어들고, 현재 40대와 50대들이 한꺼번에 은퇴하는 10년 후부터는 부동산 가격마저 침체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런 고령화 사회에서는 자녀 교육 자금보다는 부모들의 노후자금 마련을 더 걱정해야 한다. 이제는 자식들도 부모를 부양하길 꺼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펀드투자자들은 스스로 노후 준비를 위한 투자에 나서야 한다. 주가가 오를 때 잠시 펀드에 투자하다가 주가가 하락하면 환매하는 방식으로는 노후자금을 준비하기 어렵다.

지금부터 2, 3개의 우량한 국내외 주식형 펀드에 최소한 10년 이상 계속 투자해 노후자금을 마련하도록 하자. 자녀 교육비를 줄여서라도 자신의 노후자금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자식들에게 사교육비를 지나치게 쏟아 붓거나 어린이펀드에 가입하는 것보다 더 급한 일이다.

우재룡 한국펀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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