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쏘옥]은행의 생존조건 제1순위는?

  • 입력 2008년 4월 16일 03시 01분


고객의 믿음… 신뢰 무너지면 은행도 무너진다

《지난달 초 미국 금융시장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조만간 중대형 은행이 파산할지 모른다”는 소문이 돌았다. 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파산 가능성이 거론된 은행은 미국 5위의 투자은행(IB)인 베어스턴스”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러던 중 10일 인터넷뉴스 사이트에 ‘베어스턴스 유동성 위기설’이라는 짤막한 소식이 올라왔고 즉시

주가가 폭락했다.》

앨런 슈워츠 베어스턴스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 1년 동안 채권을 추가 발행하지 않아도 될 만큼 유동성은 충분하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 발언이 오히려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했고 금융회사와 헤지펀드의 대규모 예금 인출 및 펀드 해지 사태가 발생했다. 결국 베어스턴스는 4일 만에 손을 들었다.

은행에 돈을 넣어 둔 사람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맡긴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은행이 부실하다는 소문이 돌면 예금자들은 파산하기 전에 다른 사람보다 먼저 돈을 빼기 위해 은행으로 달려간다.

이런 현상을 금융권에서는 ‘뱅크런’(대량 예금인출 사태)이라고 부른다.

은행은 맡은 돈의 일부만 지급준비금으로 갖고 있기 때문에 고객들이 대규모로 예금을 빼 가면 우량은행이라도 버틸 방법이 없다.

은행이 파산하면 거래 기업에 영향을 주고, 더 나아가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각국 정부가 은행이 파산하더라도 돈을 맡긴 사람이 일정 한도까지 예금, 적금을 찾을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것은 은행의 구조적인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해도 신뢰가 무너진 은행이 살아나기는 힘들다.

예금과 대출을 통해 수익을 내는 상업은행이 아니라 베어스턴스처럼 차입을 통해 투자 형태로 기업에 자금을 제공하는 투자은행은 여전히 소문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예금자보호에는 한도가 있고 은행 파산 후 예금을 돌려받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은행 부실 소식을 들은 예금자들을 은행으로 달려가게 하는 원인이다.

지난해 9월 영국의 노던록 은행은 중앙은행에 유동성 지원을 요청했다가 다음 날부터 거액을 맡긴 사람들 중심으로 대량 예금인출 사태가 벌어졌다. 사태 발생 사흘째 영국 정부가 예금 전액을 보장하겠다고 발표하고서야 은행 앞에 생겼던 긴 줄이 없어졌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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